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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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신 와인은 뵈브 아미오, 라 피라미드 브륏(Veuve Amiot La Pyramide Brut) 입니다. 라 피라미드 브륏이라고 녹색창에 검색하면, 희한하게 동일한 레이블에 부베 라뒤베(bouvet-ladubay) 라 피라미드 브륏 이라고 결과가 나오지요.(심지어 와인21닷컴..)


와인21닷컴 이면 그래도 꽤 큰 사이트인데도 이렇게 나오는게 신기해서 라뒤베의 홈 페이지를 들어가 봤습니다만, 홈 페이지의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것인지 해당 와인은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뵈브 아미오의 홈 페이지도 가봤지만 역시 라인업에 없네요.


이쯤 되면, 부베 라뒤베 에서 라 피라미드 라는 브랜드가 나왔었는데 그걸 뵈브 아미오 측에서 구입했다가 브랜드를 접었다거나... 혹은 현지에서 지적재산권 등 분쟁이 있었다거나 하는 등...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확실한 건 부베 라뒤베 라는 글자가 박힌 레이블 사진이 돌아다닌다는 거랑 제가 마신 와인에는 뵈브 아미오 라는 글자가 박혀있었다는 것이니 적어도 두 종류의 라 피라미드 와인이 있다는 점, 그리고 그 둘은 같은 와인일 수도 있지만 다른 와인일 수도 있다는 점이겠네요.


...두 와이너리 모두 방문해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고 싶어지는 상황입니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methode traditionelle) 루아르 크레망(appellation cremant de loire controlle) 라고 합니다. 레드 마시듯이 아무런 생각 없는 상태에서 13도 설정된 셀러 뽕따로 사진찍은...(스파클링 와인을 이렇게 따다니 참...)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 상태로 노즈를 맡으니, 약한 사과향이 살짝 올라오다가 슬며시 파인애플의 달큰함, 이어 완전히 갈변해서 발효되어가는 듯한 사과향과 청포도향이 마구 솟아오릅니다. 그러면서 미묘하게 녹진한 것이 뭔가 오래 숙성된 느낌을 줍니다.


입에 넣는 순간에는 마구 짓이겨진 꽃의 느낌, 맹맹하니 물이 잔뜩 배인 과일의 맛이 올라옵니다. 여기에서 아차 칠링! 을 외치고 급히 아래와 같이 칠링시스템을 만들죠.



아이스버킷도 얼음도 없는 상황, 냉장고 얼음칸을 포기합니다.


어쨌든 따라놓은 첫 잔을 마시니 혀 위에서 보그르르 뛰노는 기포감은 오랫동안 입안을 간질입니다. 뒤이어 묘하게도 영빈 부르고뉴 피노누아에서 느껴지는 쨍글한 금속질의 미네랄리티가 튀어오르죠. 목넘김 이후 올라오는 묵직한 알코올은 온도 올라간 까바에서 흔하게 느낄 수 있는 묵직한 펀치, 혹은 화요 25도 같은 고도주에서 뒷목을 뻐근하게 때리는 느낌입니다.


첫 잔을 비우고, 위의 상태로 15분 가량 칠링한 뒤의 두 번째 잔에서는 훨씬 정제된 향을 보여줍니다. 아까의 사과가 갈변해서 발효까지 넘어간 듯했다면 이 잔에서의 사과는 훨씬 정돈되고 얌전한 느낌을 주고, 미세하게 피어올라오는 아카시아 꿀향과 어디서인지 유래를 알 수 없는 이스트향도 곁들여집니다. 꿀향에 이스트 혹은 토스트향이면 가점을 주는 터라 여기까지의 퍼포먼스만 봐도 어지간한 까바보다는 우위로 쳐줄 듯하며, 동시에 왜 넌칠링으로 땄는지 반성해봅니다.


입 안에서는(아직 병목 부분의 와인이라 제대로 칠링은 안되었을 텐데도, 아마도 11 ~ 12도쯤?) 아까 느낀 수분감은 충분히 사라지고 미네랄리티가 강화되면서 뾰족한 잎을 가진 꽃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에델바이스 같다고 할까요? 시간을 두고 마시니 점점 꿀향이 치고 올라오면서 이 와인의 지배적인 뉘앙스가 꿀이라는 신호를 주고 아까의 알코올 펀치가 나타납니다. 꿀향 역시도 상큼하기보단 묵지근한 느낌이네요.


40분 가량 칠링된 세 번째 잔(리델 보르도 잔에 반씩 채우고 있습니다... 어디 모임 나가서 푸어링 했다가는 등짝스매싱을 당할 거 같네요.)에서는 사과향이 고도로 응축되고 매우 정제된 느낌입니다. 사과를 과육이 드러나게끔 압착하여 그대로 틀에 얼려 내놓은 아이스크림 같다고 할까요. 꿀향과 미네랄리티가 함께 어우러드니 백색 톤으로만 정갈하게 꾸며낸 정원의 느낌이 연상됩니다. 여기에서부터 살짝 오버칠링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하지만 입 안에서는 두 번째 잔보다 살짝 가벼워진 느낌의 뉘앙스가 그대로 나타납니다.


꿀향, 꽃향, 미네랄리티, 알코올.


1시간 가량 칠링한 마지막 잔(어차피 큰 변화가 없을 거 같아서 남은 와인을 모두 따랐습니다.)에서는 아니나다를까, 향과 맛이 세 번째 잔과 동일합니다.



점수 : 구입가가 3만원대였나일 텐데, 100점 만점에 88점 정도. 

칠링 잘 된 상태에서 4~6인 쉐어 방식으로 마신다면 2점 정도 더 줄수 있을 듯합니다. 혼자서 느긋하게 마시기엔 그렇게 좋진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