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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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와인을 마시고, 2차로 소주까지 마신 기억인데 중간에 물을 의식적으로 마시지 않아서 그만 꽐라가 되어버렸던 시간을 겪고... (토요일 하루종일 머리가 휑하던 것이, 월요일이 되어서야 겨우 가라앉는 건 역시 술 마시는 중간에 최고의 안주는 물이라는 방증이라 생각합니다.)


월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후기를 써봅니다. 이렇게 지나갈수록 느낌이 희석되는데... 라는 아쉬움이 있네요.



첫 번째 와인은 앙드레 끌루에 드림 빈티지 2005 빈티지 (Andre Clouet Dream Vintage 2005) 입니다.


2005 빈티지이면 벌써 15년이 지났고, 어지간한 와인들은 2013 빈티지만 해도 벌써 깊은 맛을 보여주는데도 불구하고 어린 뉘앙스. 동시에 기묘한 함미가 어른거립니다. 은근한 이스티한 느낌이면서도, 마치 빵반죽을 할 때 잘 섞이지 않은 소금을 한입 베어문 듯한 짭짜름함. 동시에 패트롤의 느낌.


전반적으로 가장 강렬한 뉘앙스는 사과, 앙드레 끌루에 실버(나뚜르 브륏)의 느낌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순식간에 늙어버리듯 호로록 가라앉습니다. 유지력 혹은 지속력에 있어서는, 잔에서는 기포가 거침없이 올라오는데도 불구하고 입에서 너무나도 싱겁게 끝나버린 어색함. 심지어 이 느낌은 동일한 앙드레 끌루에 드림 빈티지 206에 비해서도 너무 갑작스러워서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2005와 2006에서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와인은 주관적이지만, 그럼에도 저는 2006을 권유할 거 같습니다.



두 번째 와인은 올리비에 르플레이브 부르고뉴 블랑 레 세티 2016 빈티지 (Olivier Leflaive Bourgogne Blanc Les Setilles 2016) 입니다.


산도와 당미가 올라오기에 한참 앞서서, 짭짜름한 함미와 미네랄리티가 치솟습니다. 복합미에 있어서 확고하게 앙드레 끌루에보다 높은 수준. 동시에 화이트와인이면 마땅히 이래야지! 라는 그 느낌.


하지만 많이 어리다. 2016년 빈티지는 한참 어린 것으로. 산미가 훅 하고 올라오는 느낌이 오히려 같이 먹었던 녹두전을 다 잡아먹을 지경이다. 좋은 느낌은 아니었던 것으로.


가벼운 뉘앙스이면서, 미세하게 마일드하면서 오일리한, 왠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떠오르는 맛.



세 번째 와인은 도멘 드루앵 아서 샤도네이 2017 빈티지 (Domaine Drouhin Arthur Chardonnay 2017) 입니다.


블라인드로 받은 와인으로, 굉장히 절제된 꼬순내와 비오니에 같은 기묘한 풍미가 감돕니다. 꼬순내가 훅 하고 끼쳐올라오길래 미국 같았지만, 동시에 그 향미가 너무 싱겁고 미묘한 함미 (잔을 바꾸지 않은 한계도 있습니다.) 가 감돌길래 부르고뉴 샤르도네와 약간의 혼란이 있었습니다만...


굉장히 집중해서 맡은데다가 앞에 앉은 분께서 부르고뉴 샤르도네를 말씀하신 상황에서, 오히려 부르고뉴를 피해야 겠다는 느낌 (그 분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같은 걸로 뽑으면 재미가 없으니까 +_+!) 으로 타 지역을 고르려다 보니 그나마 최선의 선택지는 미국이라 미국으로 선정.


미국이라 생각하고 한번 더 맡으니, 카르넬로스 계통 (다리우쉬같은?) 의 찐득하고 녹진한 꼬순내랑 너무 차이가 나면서 오히려 러시안 리버 밸리 같은 기후가 연상되다가, 그 와중에도 아니다, 조금 더 높은 북위일 것 같다느 느낌으로 오레곤? 이라고 찍었는데 덜컥 맞춰서 놀랐습니다. (이정도면 맞춘거로 쳐야.....ㅋㅋㅋㅋ)


엄청나게 절제된 꼬순내(미국임에도!)와, 넉넉한 산미감, 그리고 복합미는 미국 와인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가성비가 아니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키슬러 직구해본 사람으로, 같은 값이면 키슬러 사느니 이걸 사서 마시겠다는 취향) 



네 번째 와인은 도멘 마샹 프레르 부르고뉴 꼬뜨 도르 2018 빈티지 (Domaine Marchand Freres Bourgogne Cote d'or 2018) 입니다. 


비릿한 피비린내 같은 기운도 같이 어우러들면서 뉘생조르쥬에서의 동물적인 감각. 산도가 춤을 추면서 애니멀리한 느낌이 무난하게 어우러듭니다. 약간씩 튀는 알콜감은 애교 수준이랄지, 아깽이의 재롱이랄지.


가볍고 살짝 싱거운 입술의 느낌을 넘어, 입안에서도 호로록 하고 지나간다. 입에 머금고 살짝 공기를 들이마시니 짭짤하고 새콤한 뉘앙스가 온 입을 감싸는 품이 참 신선하고 새콤한 과일 내음. 새큼하며 다시 묽어지고, 혀끝자락과 목젖 근방에 짭짤함만 살짝 남기고 사라지는 품이 역시 레지오날은 레지오날인가 싶다.



다섯 번째 와인은 도멘 드루앵 피노 누아 2016 빈티지 (Domaine Drouhin Pinot Noir 2016) 입니다.


뜬금없게도 떡볶이의 뉘앙스. 당미가 뿜뿜하고 산미가 슬쩍 따라오는데 산미는 공장제 밀떡이 잘 안 풀렸을 때의 그 산미와 같고. 3번째로는 스파이시함이 붙는데 과하지도 않고, 마지막으로는 견과류의 고소함과 타닌감이 붙어서 마무리합니다. 이 정도의 복합미라면 충분히 맛있다고 느낄 수 있겠네요.


부엽토와 같은 흙내음만 더해졌더라면 완벽하게 부르고뉴 피노 누아로 여겼겠지만, 어쩔 수 없이 그 느낌은 올라오지 않았던 기억입니다.



여섯 번째 와인은 로고스 1 2004 빈티지 (Logos 1 2004) 입니다.


첫 노즈로는 적당한 보르도 와인인가? 싶은 간장내음에 꼬순내, 비누향이 말갛게 올라오지만 금방 가라앉고... 검디검은 타닌감이 쭈욱 올라붙는 품이 아쉽습니다. 물론 앞서 마신 도멘 드루앵 이후로 마신 터라 그럴지도. 비누향이 가라앉은 듯했다가 슬금슬금 올라오는데 차분하게 열고 마신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강합니다. 스페인 와인인데도 꽤나 강건한 뉘앙스라는 기억이네요.



마지막 와인은 쿠도스 2009 빈티지 (Kudos 2009) 입니다.


보르도 와인으로서의 뉘앙스가 있는 대로 뿜뿜. 프랑스 취향이라 그런지 몰라도 참 마음에 드는 노즈였습니다.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1에서의 마이클 스코필드, 세련된 두뇌로 문제점을 풀어헤쳐가는 그 모습이 떠오르는 한 잔. 깊이 가라앉는 진한 과실감 사이로 기묘하다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컬러감이 입 안에서 올라옵니다. 비누향에 가죽향, 토양에서의 느낌인데 가죽향이 슬금슬금 당미로 넘어가면서 밸런스도 참 잘 잡는 느낌입니다. 굉장히 풍요로운 땅이거나, 혹은 너무나도 힘든 땅이거나 극단적인 둘 중 하나에서 나온 작품 같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