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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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이후 약 2달 동안 격조하였다가, 다시금 와인을 마시고 있는 세리엔즈입니다 +_+ 물론 그 사이에 운동도 시작했고, 이것저것 대중없긴 하지만 피부관리도 시작을 한지라... 지금은 아무런 효과가 없거나 혹은 효과가 있어도 임팩트있는 수준이 아니라서 조용히 있지만, 어느 정도 Evidence가 모이고 쓸만한 제품 혹은 루틴이 나오면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마신 와인은 총 7종입니다.



첫 번째 와인은 에티엔 소제 풀리니 몽라쉐 1er 크뤼 레 콩베트 2014 빈티지(Etienne Sauzet Puligny-Montrachet 1er Cru Les Combettes 2014) 입니다.


참기름같은 고소한 향기에, 휘핑크림처럼 보들거리는 유질감이 코에 안겨듭니다. 뒤이어 살풋이 치고올라오는 산미는 과실감을 지니고 있어, 마치 소프트 아이스크림 위에 딸기잼을 토핑으로 얹은 모양새입니다. 입 안에서는 녹진한 달큰함이 빠르게 들어오고, 뒤이은 산미와 약간의 소금기가 얹어지는 모양새가 전체적으로 계곡과도 같은 이미지, 암석과 바윗돌 사이로 미레랄을 가득 머금고 떨어지는 물방울을 연상케 합니다. 노즈로 느껴지던 딸기잼 같은 이미지는 팔렛에서는 사과 요거트처럼 넘어오는데, 유질감은 그대로 갖고 있으나 입 안에서는 아무래도 산미가 조금 더 녹진하게 다가오면서 당미는 살짝 낮아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두 번째 와인은 폴 로저 윈스턴 처칠 2006 빈티지(Pol Roger Sir Winston Churchill 2006) 입니다. 


하염없이 하얗게 다듬은 대리석을 켜켜이 쌓아 올린 성벽의 이미지. 일전 2004 빈티지를 마셨을 때에도 느꼈지만 폴 로저 윈스턴 처칠은 항상 청량할만큼 맑고 하얀, 그러면서 강건하고 고고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싶습니다. 혹은 레이블을 보면서 이미 머릿속 한구석에서 연상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창연한 햇살이 화려하게 떨어지는 들판에서 방금 따서 들고 온 사과를 아삭, 하고 베어무는 듯한 사과맛에, 이것은 사과껍질인가 미세먼지인가 싶을 만큼 어우러드는 곡물류의 향취. 다만 아쉬운 점은 분명 2004 빈티지를 마신 뒤 2년쯤 되었고, 똑같이 2년 지난 2006 빈티지임에도 그때만큼의 강렬함은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특정 빈티지를 그렇게 선호하느 거로구나 라는 점을 다시금 새로이 깨달았네요.



세 번째 와인은 에티엔 소제 바타르 몽라쉐 그랑 크뤼 2013 빈티지(Etienne Sauzet Baterd-Montrachet Grand Cru 2013) 입니다.


풀리니 몽라쉐에 비하여 확연히 차분해졌으며, 색상 또한 조금 더 노랗습니다. 분명 둘의 차이는 단 1년임에도 외견만으로는 수년, 혹은 십여년 이상 경과한 듯한 느낌을 보여줍니다. 블라인드로 보여준다면 절대로 2010년 이후라고는 할 것 같지 않은 색상일 만큼, 왜인지 모르게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느낌입니다.


아울러 입 안에서도 역시... 그 쌓인 흔적만큼 부드럽게 흘러들어오면서, 마치 나무에 꽂아두는 노란 색 영양제마냥 부드러이 목을 타고 넘어갑니다. 딸기라던가 사과같던 이미지, 혹은 미네랄리티는 마치 내가 언제 그렇게 튀었더냐 라고 말하듯 어우러들면서 흐르고 그 하모니를 통해 훨씬 더 다양한 색채감이 입 안에 넘실거립니다. 굉장히 마시기 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쉽게 접하는 와인들이 갖고 있는 [편안함] 이 아니라.. 마치 학문적으로 성취를 얻은 노교수님이 학부 1학년생들에게 너무나도 이해하기 쉽게 가르침을 주시는 듯한, 그러한 느낌의 편안함입니다.



네 번째 와인은 세실 트랑뷜레 본 로마네 2015 빈티지(Cecile Tremblay Vosne-Romane 2015) 입니다.


뜬금없지만 찐 밤에서 나오는 꼬릿하면서도 고향의 향 같은, 달큰하고 고소한 향기가 뿜뿜합니다. 밤의 속껍질에서 올라오는 알싸한 쌉싸래함마저도 같이 올라오는데, 아마도 이 쌉쌀함은 적당한 산미와 타닌으로 인해 연상되는 것이 아닐까 하네요. 밤나무 숲에서 화톳불을 피우고 따스하게 쬐고 있는 듯한 느낌... 역시 전 화이트와인보다는 레드와인을 더 선호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간이 살짝 지나자 아무래도 아직은 어린 건지 타닌감이 점차 치고 올라오면서 균형을 깨뜨리기 시작하고, 그러다 보니 뚜렷했던 산미감도 자글자글 물결을 일으키며 가라앉습니다.


입 안에서는 아주 가볍고, 산미가 툭툭 치고 돌아다닙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냄비에 라면을 끓여 먹고 국물을 마실 때, 그 때 냄비에 혀가 닿을 때 올라오는 듯한 쨍한 비릿함과 순간적으로 스치고 지나가는 짭짤한 느낌도 있고요. 중간중간 포도송이의 줄기를 잘못 씹었을 때의 쌉쌀함도 툭, 툭 돌아다니는 품은 적당한 복합미를 선사해 주기도 하지만, 직전에 마신 바타르 몽라쉐에서의 완성미가 생각나면서 아쉽다는 생각도 들게 만듭니다. 



다섯 번째 와인은 세실 트랑뷜레 샹볼 뮤지니 레 카보트 2014 빈티지(Cecile Tremblay Chambolle-Musigny Les Cabottes 2014) 입니다.


달큰하면서도 청명한 느낌, 허브 향기가 솔솔 피어납니다. 허브향이 너무 강하면 존재감이 너무 드러나는데, 그러한 과함 없이 적당히 어우러지는 향기가 참 마음에 듭니다. 팔렛에서도 부드러이 흐르는 질감에 과실즙의 느낌이 도드라지고, 적당한 당미에 약간의 타닌감, 그리고 앞선 본 로마네에서도 느껴졌던 금속질의 함미가 함께하면서 모두가 조화를 이룹니다.


중간중간 나무와 바위가 놓인 사이로, 나무 혹은 풀이 아닌 덩굴이 울창한 숲. 일부 덩굴은 이미 말라죽어 있지만 어린 덩굴손이 여기저기 얽혀 있어 생동감을 선사하는 분위기.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숲이 이런 느낌일까요. 중간중간, 이제 갓 만든 가죽 신발에서 배어져 나오는 가죽향도 어우러지면서 한 잔의 와인에 하나의 세상이 담겨 있는 모습입니다.



여섯 번째 와인은 세실 트랑뷜레 샤펠 샹베르땡 그랑 크뤼 2014 빈티지(Cecile Tremblay Chapelle-Chambertin Grand Cru 2014) 입니다.


첫 느낌은 [어리다]입니다. 어려요. 남성형은 아니니 어린 소녀인데, 아직 사춘기도 오지 않았을 법한 느낌입니다. 오래 놓아둘 와인을 너무 일찍 땄구나 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한번에 와 닿았습니다. 바틀 컨디션이라던가 핸들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너무 어리다! 라는 느낌이예요. 다만, 언제 어느 때 마셔도 맛있는 것이 와인인만큼 이런 타이밍에 접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 듯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어림에도 굉장히 조숙한 소녀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거든요. 6살이나 되었을까 싶은데 우아하게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커트러리를 다루면서 코스요리를 모두 마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맛으로는... 아까의 소녀가, 머리에 정교하게 세공한 금빛 티아라를 쓰고 있는 느낌입니다. 조숙한 이미지의 완성형이라고 할까요. 이 와인을, 이 빈티지를, 지금 열었음에도 마치 난 원래도 이 정도야! 라고 우아하게 답변하는 듯한 모습. 산미와 함미, 과실미가 너무나도 균형이 잡혀 있어 오히려 아쉬울 지경입니다. 지금 열었어도 이 정도인데 한 5년 뒤, 10년 뒤에 열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지요.

왜 사람들이 똑같은 빈티지의 똑같은 와인을 5병 10병씩 사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 와인은 클레멘스부쉬 마린버그 슈패트레제 파를라이 2009 빈티지(ClemensBusch Marienburg Spatlese Fahrlay 2009) 입니다.


마지막쯤 되어서 그런지, 10년 된 슈패트레제 리슬링이어서 그런지 노즈에서부터 팔렛까지 관통하느 맛은 당미입니다. 소테른 와인인가 싶을 정도로 달달하면서, 동시에 중간중간 킥으로 치고 들어오는 미네랄리티가 있습니다. 마지막이라 그랬는지 너무 홀짝홀짝 마셔버렸어서 조금 더 감상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