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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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 와인을 마시고, 바로 일요일에 다시 와인을 마셨더랬습니다 +_+ 희한하게 둘 다 꽤 많이 마셨음에도 취하질 않았어서 다음날(금요일, 월요일) 출근해서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었네요^^


사진은 같이 와인을 마셨던 분들께서 너무 사진찍기 좋은 자리에 있으셔서 그 분들의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모임에 계시는 분들의 단톡방에 올려주셔서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첫 번째 와인은 페리에 주에 그랑 브뤼 (Perrier Jouet Grand Brut) 입니다.


서양배와 하얀 꽃의 내음이 묻어납니다. 이후 마셨던 1985 빈티지와 코르크 상태에서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잘 응축된? 숙성된? 샴페인의 저력이 이런 것이구나 라고 느낄 수 있었네요. 꿀과 같은 향기가 뜩뜩 듣어나고 그 뒤를 적당한 산미와 함미가 받쳐 줍니다. 숙성미로는 도저히 엔트리 급 샴페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어지간한 샴페인의 2008 빈티지 그 이상의 맛을 보여줍니다. 각각의 요소들이 그윽한 맛을 갖고 있기에는 아직 모자라지만, 최대한 숙성되는 사이로 그 어린 부분들을 최대한 조화로이 끌어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약간 시간이 경과하니, 점차 산미가 가라앉으면서 함미가 올라오는 모양새는 해산물 버터구이 같은 음식이랑 굉장히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와인은 페리에 주에 벨 에포크 1985 빈티지 (Perrier Jouet Belle Epoque 1985) 입니다.


첫 번째 와인과는 확연히 다른, 깊이 가라앉은 모양새에 버섯, 흙, 낙엽에서 연상되는 오래된 녹슨 쟁기의 비릿한 금속질의 미네랄리티. 위를 살풋 덮어흐르는 패트롤 느낌 사이사이로 청사과와 꿀, 배의 향기가 적당히 어우러집니다. 아까보다는 확실히 강건하면서도, 동시에 진중하게 흐르는 산미는 쉽사리 가시지 않을 듯하다는 기대감도 갖게 하네요.


아니나다를까 첫 모금에서 가장 도드라진 느낌은 산미입니다. 강건하고 중후한 산미, 가벼이 입 안에서 천방지축 뛰어노는 그것이 아닌 고요함마저 느껴질 듯한 산미는 혀 구석구석을 산뜻하게 헹구어 줍니다. 그래서인지 기포감이 오히려 첫 번째 와인보다 큼직하게, 미뢰 위에서 그 존재감을 어필하는 듯하지만 제 나이보다도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는 듯 어느 새 잘게 바스러져 안착합니다. 오래도록 뻐근했던 어깨를 힘차게 쥐어잡는 듯하다가 방사통마냥 파르르 퍼져가는 시원함과 안온함마냥 기분 좋은 얼얼함. 연상되는 이미지는 발랄한 골든 리트리버입니다.



세 번째 와인은 페리에 주에 벨 에포크 1982 빈티지 (Perrier Jouet Belle Epoque 1982) 입니다.


따스한 토피넛 라떼를 담은 테이크아웃 잔에서 뚜꺼을 갓 열어젖힌 듯한 고소함, 녹진함. 브리오슈 혹은 모카번 같은 구수함은 황금 밀밭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갓 털어온 밀알을 그슬려 씹는 느낌을 줍니다. 코로 맡고 있음에도 기묘하게 일종의 포만감까지 주는 향기. 싱글 몰트 위스키에서 새초롬한 알코올 향기 사이로 슬금슬금 고개를 내미는 곡물의 향기.


입 안에서는, 두 번째 와인과 불과 3년 차이임에도 너무나도 부드러이 쌓이는 기포감. 다 만든 빵 위로 슈가파우더를 뿌리듯 혀 위로 기포가 나려앉습니다. 뒤이은 산미는 이미 산미라고 느낄 새도 없이 차가움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섬세함을 보여 주고, 셰리 혹은 마데이라 오크 배럴로 숙성한 진한 위스키에서 올라오는 듯한 달콤함과 고소함이 온 입안을 채워 갑니다. 기라델리 초콜릿 중 이와 굉장히 비슷한 맛이 있었던 듯한데 기억나지 않네요 ㅠ_ㅜ



네 번째 와인은 도멘 퐁텐 갸나르 1er 크뤼 라 로마네 2006 빈티지 (Domaine Fontaine Gagnard Chassagne Montrachet 1er Cru La Romanee) 입니다.


결명자차라고 해야 할지, 보리차라고 해야 할지. 모임 리스트에 화이트와인이 딱히 없길래 협찬으로 들고 왔는데 굉장히 희한한 느낌이었습니다. 잘 모르지만 거의 본능적으로, 이미 피크 타임은 지나갔고 이제 서서히 가라앉을 일만 남은 노년의 모습이라고 할까요. 미세하게 그리고 잔잔하게 남아 있는 산미감은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구조감을 오히려 끌어당기는 등뼈 역할을 하면서 은근히 홀짝홀짝 마시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시음적기가 지났다는 점이 명확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산미가 제 갈길을 벗어나면서 전체적인 구조감이 깨지는 모습은 아쉬웠네요. 그러다 보니 가볍게 지나가야 할 바닐라 뉘앙스의 맛이 어디 아이스크림마냥 입에 진득하니 남게 되었던지라, 나중에 같은 와인을 마시게 된다면 (빈티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픈연도에서 10년 전후(2019년이라고 하면 2009년 전후)인 아이로 고를 것 같습니다.



다섯 번째 와인은 자크 프레데릭 뮈니에르 뉘 생 조르쥬 1er 크뤼 끌로 드 라 마레샬 2012 빈티지 (Jacques Frederic Mugnier Nuit Saint Georges 1er Cru Clos de la Marechale 2012) 입니다.


이번에도 아니나다를까 향을 맡자마자 기분이 아주 좋아지는 걸 보면, 저는 어쩔 수 없이 화이트와인보다는 레드와인이 더 좋은가 봅니다. 뉘 생 조르쥬의 특징이라고 할지 모를 동물향, 중간 크기의 삵쾡이가 온 발에 흙을 묻힌 채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는 듯한 노린내와 흙향이 어우러들고... 그냥 떠오르는 것은, 원래 이래야하는 색감, 색채 그대로 참 잘 만들었다는 느낌. 감히 어떤 밭의 공식(Formula)이 존재한다면 이 와인이 뉘 생 조르쥬의 공식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산미와, 가볍게 바삭바삭거리는 타닌감은 안녕! 하고 인사만 한 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2012년 빈티지임에도 부드러이 입 안을 채우다가 슬며시 사라지는 것에서 묘하게 봄철의, 봄꽃 스타일의 화장품이 이러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했더랬습니다.



여섯 번째 와인이자 마지막 와인은 카사노바 디 네리 브루네로 디 몬탈치노 2014 빈티지 (Casanova di Neri Brunello Di Montalcino 2014) 입니다.


타임, 로즈마리, 히비스커스, 그리고 약한 유칼립투스까지. 온갖 허브들이 옹기종기 어우러져 있지만 그 향이 역하거나 과하지 않게 모여 있는 품이 마치 투박한 그릇에 포도를 서너 송이 올리고 적당한 허브로 주변을 대강 꾸며둔 채 호탕하게 손님을 맞는 가정이 연상됩니다. 이와 전혀 다르게 입 안에서는 초콜릿, 다크 초콜릿의 쌉쌀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춤을 추면서 적당한 산미와 함미가 받쳐 주네요. 몇 모금 마신 뒤 향을 다시 맡으니, 희한하게도 보르도 와인인가? 라고 착각할 만큼 짱짱한 향취가 올라왔는데 아마 이쯤 되면 테이스팅을 하기엔 너무 와인을 많이 마셨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