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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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간만에 스시야에서 스시와 함께 와인을 즐겼습니다 +_+ 이번에도 사진은 일행 중 카메라를 가지고 오신 분이 계셔서 감사히 공유받았습니다 >_<



첫 번째 와인은 떼땡져 컬렉션 1978 빈티지, 빅터 바사렐리 (Taittinger Collection 1978, Victor Vasarelly) 입니다.


셰리 캐스크 위스키, 혹은 셰리나 마데이라 와인 같은 풍미의 향이 엷게 올라옵니다. 물론 실제의 위스키나 셰리보다는 향이 약하다는 것이지, 그 존재감은 명확합니다. 잠시 놓아두니 점차 흐려지면서, 뒤이어 꿀과 사과잼에서의 달콤한 향기, 약간 바닐라일까? 싶은 향기가 전해진 다음 곡물류의 안온함으로 넘어가네요. 예전 돔 페리뇽에서 느꼈던 그윽한 브리오슈, 혹은 모카번의 속살 같은 곡류의 향기를 보여주다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관찰하니 최종적으로는 약간 사과 느낌으로 기울어집니다.


입 안에서는, 첫 모금부터 이미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선 모습입니다. 시간이 흘렀음을 혀 위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이... 향기로 보았을 때 응당 이럴 것이다 라고 예상되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마치 이젠 나이들어서 더 이상 전성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운동선수와 같은 신산함이라고 할까요. 한창일 때는 거침없이 불어제끼던 금관악기를 이제는 적절한 기교를 섞어 연출해야만 하는 음악가의 아쉬움이라고나 할까요. 분명 노즈에서 느낀 그 향, 그 맛이 전해지면서도 가운데가 휑 하니 비어버린 모양새입니다. 뒷맛으로느 무너져버린 균형 속에서 투박한 잔당감이 남던 것은 아쉬웠네요.


그럼에도, 자글거리는 함미와 산미가 흐트러짐 없이 꽤 오랫동안 어우러지는 품새는 역시 떼땡져는 떼땡져구나 싶었습니다.



두 번째 와인은 떼땡져 컬렉션 1988 빈티지, 토시미츠 이마이 (Taittinger Collection 1988, Toshimitsu Imai) 입니다.


앞서의 와인과 동시에 서브되어서 그런지, 순간 맹물인가? 싶을 만큼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아주 낮고 은근하게, 엷게 깔린 향기인데다가 그 방향성마저도 굉장히 비슷하기 때문에 묻힌 것이 아닐까요.


시간을 두고 지켜보니 그제서야 곡물류의 향기를 끌어올리면서, 앞서도 이야기한 바대로 돔 페리뇽과 유사할까 싶은 견과류의 향이 올아옵니다. 입에서는 그야말로 산미가 대폭발. 라임과 레몬을 적당히 섞어서 드레싱처럼 올린 듯한 산미의 끝자락을 견과류의 맛, 그리고 어느 수준 이상인 함미가 함께 짓누르면서 겨유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쨍글한 금속질의 미네랄리티도 함께 느껴지네요. 워낙 신나고 생동감 있게 올라오는 모양새라,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더라면 00년대 초반 정도의 빈티지라고 생각했을 듯합니다.



세 번째 와인은 키슬러 레 누아제티에 2016 빈티지 (Kistler Les Noisetiers 2016) 입니다.


전형적인 미국 샤도네이의 크리미함, 버터리함, 유질감에 콩기름 내음이 이리저리 신나게 뛰어놉니다. 이제 한창 골목대장 노릇을 할 7세의 모습일지, 이제 뭘 좀 아는 듯하다고 자부심 넘치는 대학 2학년생같다고 할지. 아주 단순하면서도 힘찬 콩기름 내음에 살풋살풋 드러나느 산미감과, 이 둘로도 숨길 수 없는 바닷소금 같은 짠내가 순간적으로 마시는 것을 주춤하게 만듭니다.


역시나 첫 모금부터, 아니 첫 혀끝에서부터 느껴지는 것은 찐득한가 싶을 정도의 짠맛. 그리고 뒤이어 치받아오는 산미감이 촘촘한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다보니 순간적으로 기포감마저 느껴지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네요. 워낙 함미가 강렬한지라 쉽사리 꿀꺽꿀꺽 마실 수는 없었지만, 마실 때마다 혀의 양 끝을 자르르 울리는 산미와 함미의 조화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마지막 와인은 오베르 리치 빈야드 2004 빈티지 (Aubert Ritchie Vineyard 2004) 입니다.


떼땡져는 엔트리 급부터 몇 번 마셔봤었고, 키슬러 역시 빈야드와 빈티지는 다르지만 10병 가량 마셔봤었는데 오베르는 처음입니다. 심지어 2017년 오베르 와이너리에 방문하였을 때에도 선약이 안 되어 있어서였던가? 혹은 테이스팅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했었던가? 아무튼 테이스팅을 못했던 기억이 있지요. 이 날의 오베르는 병을 보시면 짐작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오픈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최신 문물을 이용한 서빙이 있었습니다 +_+


받자마자 키슬러와 확연히 다른 점은 유질감의 깊이입니다. 키슬러에서는 단순하게 콩 볶는 느낌의 오일리함이었다면, 오베르는 잘 추출해낸 참기름 같은 깊고 농밀한 유질감이었네요. 예전 기억으로 콩스가르드를 마실 때 순간적으로 느꼈었던 그 유질감과 비슷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입에서는 역시 키슬러와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산미가 굉장히 정제되면서 함미와 어우러지는 품은 역시 구조감에서도 키슬러보다는 확연히 우위에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