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와인 1종(트라피체 싱글 빈야드 핀카 라스 피에드라스 말벡)
오래간만에 포스팅을 합니다. 그간 와인을 안 마신 건 아니었지만 영 격조했었네요.
오늘은 예전에 사두었지만, 간만에 좋은 고기를 선물받은 김에 열었던 아르헨티나 말벡입니다. 마트에서도 구할 수 있는 트라피체 말벡이지만, 싱글 빈야드 핀카 라스 피에드라스의 말벡입니다. 조금 더 섬세한 모습을 보여줄 것 같네요.
와인은 트라피체 싱글 빈야드 핀카 라스 피에드라스 말벡 2012 빈티지(Trapiche Single Vineyard Finca Las Piedras Malbec 2012) 입니다.
[와인서쳐 없음, 2011 빈티지 해평가 49,614원]
롯데백화점인가 신세계백화점에서 행사했던 상품으로, 행사 당시 예약한 고객이 부도를 내서 남아있던 것이라고 하길래 집어온 스토리가 있는 와인입니다. 셀러에서 거진 2달 넘게 눕혀두었던 듯하네요.
노즈로는 아주 진한 나무향, 삼나무 같은 느낌이 묵직하니 다가듭니다. 진한 가죽향에 다크 초콜릿 뉘앙스가 따라붙지만 그리 강렬하진 않고, 지배적인 느낌은 짙고 푸르른 나무의, 그것도 고무나무처럼 꾸덕하고 진득한 수액이 힘차게 맥동하는 듯한 큰 나무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농밀한 생명력이라고 할까요. 에센스 라고 불러도 될 듯합니다. 뒤로 갈수록 마데이라 혹은 셰리 오크 캐스크 위스키 같이 진득하면서 달큰한 머스크 향이 코에 눌러붙는데 굉장히 관능적이고 매혹적입니다. 육감적인 몸매의 여성이 입에 와인을 머금고 부드럽게, 그러나 주도적으로 키스해 들어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입 안에서는 금속 사용을 최대한 억제한 말안장을 얹은 야생마의 느낌. 금속질에서 느껴지는 미네랄리티가 아스라히, 엹게 퍼져갑니다. 가장 강한 크낌은 진하고 두툼한 과피를 가진 포도의 맛. 약간 물기가 많다 싶을 정도로 수분감이 느껴지는데 이는 칠링이 과해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셀러 온도 13도)
살짝 뒤에 이어지는 허브의 감각이 입안에 녹색의 색채감을 주고, 으례히 예상했던 알콜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살짝 놀라면서 병을 확인하게 만들었습니다. 15%의 낮지 않은 도수임에도 술술 들어가는 느낌은 참 잘 만들었다 싶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온도가 올라갈수록 자잘하지만 억센 잔근육이 만들어낸, 역동하는 힘줄과 혈관과 거기에 흐르는 생동감, 생기가 연상되는 와인. 맨 처음의 관능적인 여인상은 온도가 올라가니 어느 새 튼실하고 강건한 몸을 지닌 남성으로 바뀌어 갑니다.
조금 더 따르면서 시간이 흐르니, 다크 초콜릿 맛이 강해지면서 타르 같은 질감의 초콜릿 느낌을 줍니다. 17도씨 카페에서 마신 엑스트라 비터 초콜릿 같다고나 할까요. 약간의 알콜감도 느껴지지만 큰 베이스는 허브에서 넘어가지 않습니다. 처음의 고무나무 수액처럼 녹진하고 농밀하던 감각은 점차 엹어지면서 에델바이스, 민트, 약한 탠저린으로 점차 흘러가고...
마지막에는(다음 날 출근이기 때문에 3잔밖에 마시지 않아서 마지막이 아닐 듯하지만...) 밀키한 느낌의, 호주 시라즈에서 느껴지던 밀크 초콜릿에 가까운 느낌으로 마무리가 되어갑니다. 한없이 초콜릿 느낌으로 질척거리지 않고, 허브향이 끝까지 남아서 입안을 잡아주는 것이 달지 않은 박하사탕이라도 머금은 양 개운하네요.
다음번에 구하게 되면 꼭 마시고 싶은 와인입니다. 이번에 5만 8천원엔가 구했던 듯한데 아주 잘 샀던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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