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와인 6종(바인굿 프레드 로이머 젝트 엑스트라 브뤼, 바인굿 프레드 로이머 젝트 브뤼 로제, 도멘 베그 마티오 샤블리, 바인굿 프레드 로이머 로이저베르그 그뤼너 벨트리너, 바인굿 프레드..
신상 업장에서(11월에 생겼다고 합니다.) 큼직한 삼배체 굴과 함께 오스트리아 와인을 마셔보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업장이 신기했다보니 이번에는 음식 사진도 올려볼까 합니다 >_<
첫 번째 와인은 바인굿 프레드 로이머 젝트 엑스트라 브뤼(Weingut Fred Loimer Sekt Extra Brut) 입니다.
잔에 서브할 때부터 기포감이 무언가 다르게 올라옵니다. 마치 적당히 온도 조절이 된 튀김기에서 뭉근뭉근하게 올라오는 기름방울처럼, 기포 한알 한알이 무언지 모를 무게감을 가진 채로 올라오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사진에서는 기포가 굉장히 역동적으로 찍혔네요 >_< ㅋㅋ 향으로는 레몬, 약간의 패트롤, 그리고 피노 누아에 혹은 가메이 품종에서 올라오는 듯한 묘한 산미감과 청사과향, 이스트함이 느껴졌습니다.
입 안에서는 배의 느낌. 그리고 청사과인 듯도 하지만 청포도라고 생각되는 과실감에 적절한 산미가 받쳐줍니다. 같이 먹은 굴과의 조합에서는 둘을 같이 먹는 것은 100% 마리아주가 되지는 않았던 느낌이지만, 굴을 먹은 후 한 모금 머금어 삼키면 순식간에 입 안의 굴맛이 정리되는 깔끔함의 측면에서는 훌륭한 조합이었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와인은 바인굿 프레드 로이머 젝트 브뤼 로제(Weingut Fred Loimer Sekt Brut Rose) 입니다.
첫 번째 와인에서보다 기포의 유질감이 조금 더 도드라집니다. 향에서는 비슷한 과실향에 산미가 조금 더 뛰어노는 느낌이고,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확연한 로제의 색상은 아닙니다. 직전에 마신 로제 와인이 로제 드 세니에였기에 색상이 상대적으로 연하게 보여서일 수도 있겠습니다.
입 안에서는 의외로, 엑스트라 브뤼에 비해 과실감이 굉장히 절제되면서 담백하고 견과류 풍의 맛이 인상적입니다. 돔 페리뇽이라던가 싶은 토스티한 느낌은 아니지만 곡물류, 탄수화물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무언가의 은근한 고소함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왠지 안주 없이 계속 먹어도 될 것 같은 뉘앙스였었네요.
다만 아쉬운 점은 굴을 서브받는 상황에서는 궁합이 100% 맞지는 않았던 점이며, 이 점에서는 감자튀김을 주문했음에도 생각보다 늦게(엄청 늦게) 준비되었던 업장의 탓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세 번째 와인은, 도멘 베그 마티오 샤블리 2017 빈티지(Domaine Begue-Mathiot Chablis 2017) 입니다.
업장의 음식 서브 속도를 보고 신속 정확하게 대처한 주최자의 판단에 따라 세 번째 와인으로 마셨습니다. 굴에 샤블리는 전통적으로 훌륭한 조합이죠. 와인을 서브하는 동안 블라인드로 준비했고 맞추는 방식의 진행이었는데, 초반의 향으로는 뜬금없지만 패트롤, 그리고 비오니에인가 싶은 이국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고 하얀 꽃들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 향기가 점차 가라앉으면서 의외의 깊이감도 드러내는데, 그만큼 미네랄리티가 잘 갈무리되어 있어 쇠비린내 등으로 역하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입 안에서는 몽라쉐를 마시는걸까? 싶은 유질감에 곡물의 느낌, 그리고 코로 느낀 녹진함이 한층 더 깊게 다가든 후 그야말로 바싹 마른 천일염 같은 미네랄리티와 산미감이 뛰쳐나옵니다. 첫입에 소금, 그것도 암염이 강하게 연상될 정도였네요. 잠시 후 혀 위에서 진정된 다음에는 은근하게 퍼뜨려진 바다, 그 가운데를 유유히 유영하듯 헤엄치는 바다거북의 이미지입니다. 젊은 거북이는 육지의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만큼 날쌔고 기운차게 물살을 가르고, 요오드와 바닷가의 느낌에 적절한 미네랄리티와 산미감이 주는 청량함이 쟁글쟁글, 부드럽게 어우러집니다.
네 번째 와인은 바인굿 프레드 로이머 로이저베르그 그뤼너 벨트리너 리저브 에스테 OTW 라그 2015 빈티지(Weingut Fred Loimer Loiserberg Gruner Veltliner Reserve Erste OTW Lage 2015) 입니다.
이름이 엄청 긴데, 바인굿 프레드 로이머의 OTW(Osterreichische Traditionsweinguter, 오스트리아 전통 와인 산지) 에 포함되면서 에스테 라그(첫 번째 위치, 1er Cru) 인 로이저베르그 에서 그뤼너 벨트리너로 만든 리저브 와인입니다.
석유향인가? 싶을 만큼 강렬한 패트롤 향에 아 이게 패트롤이었지 +_+ 하고 다시금 되새기면서, 잔에서 빙글빙글 돌려보니 나타나는 유질감에 살짝 우유 같기도 한 향이 있습니다.
의외로 입에서는 바나나맛 우유인가 -3- 싶을 정도의 바나나 느낌, 혹은 바닐라 느낌의 달달한 맛과 고소함에 혀 위를 딩글딩글 굴러가는 부드러움에 놀라다가 목 뒤편부터는 찌릿! 하니 올라와서 입안의 미끈거림을 딱 잡아주는 산미까지. 굉장히 편하게 마실 수 있지만, 그러면서도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와인이었습니다.
다섯 번째 와인은 바인굿 프레드 로이머 스피겔 그뤼너 벨트리너 리저브 에스테 OTW 라그 2014 빈티지(Weingut Fred Loimer Spiegel Gruner Veltliner Reserve Erste OTW Lage 2014) 입니다.
네 번째 와인과 동일하게 1er Cru이면서 스피겔에서 나왔고, 1년 먼저 태어났다고 할 수 있겠네요.
패트롤이 살풋 있었으나 어느 새 눈 녹듯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강렬한 꽃내음과 꽃 속에서 피어나오는 듯한 꽃꿀향이 번져갑니다. 중간중간 짠내? 라고 해야하려나 싶은 짭짤한 느낌이 툭툭 드러나는 것이 가끔 팅팅 삐지는 사춘기 소녀같다고나 할까요. 그러면서도 수줍음도 타는 모양새가 귀엽습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패트롤은 사실 너의 코를 후려쳐서 마비시킨 것이었다! 라고 하는 양 은근하게 코끝을 잡아채면서 오랫동안 남아 있고, 입 안에서도 은근하게 이어져갑니다. 조금 두었다 마셔봤으면 조금 더른 모습도 보여줬을까 싶은 아쉬움도 있네요.
마지막 와인은 알로이스 크라허 TBA(Alois Kracher TBA) 입니다.
바윗덩이에 매달린 벌꿀. 혹은 바위에 부어서 그대로 굳힌 꿀이라고 할까. 그러면서도 거칠거나 역하지 않고 오히려 밀크 초콜릿에서처럼 보들거리는 듯한 향도 올라옵니다. 입에서는 꿀에 사과잼, 딸기잼이 함께 뛰어노는 느낌. 그마저도 잼을 만들 때 야매로 물을 타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떨어진, 오로지 과일만을 갈아서 찬찬히 졸여 만든 수제잼의 느낌이 납니다. 제과로 비유하자면 마카롱 같다고나 할까요.
병 뒤에는, 주최자 분께서 와인을 구성한 포도 품종을 적어주셨습니다. 55% 벨쉬리슬링, 40% 샤르도네, 5% 트라미너 라고 하네요. 엄지척이 귀여워서 찰칵.
간만에 떼샷도 올려봅니다.
오크라와 새우, 우니가 올라간 큼직한 굴. 이만한 거 4피스가 1세트입니다.
버섯 파스타입니다. 양이 많다고 블로그에서 보고 갔는데 생각보다 많긴 했지만 그러면서도 아주 많은 건 또 아니었습니다+_+ 1.2인분 정도?
요건 한 접시를 구성하느 모양. 옆에 분홍 색 리본을 하고 있는 와인잔을 보시면 굴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되실 겁니다. 사실 오크라 크기라던가만 봐도 알 수 있겠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