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마션
[출처는 네이버 영화입니다.]
영화관람 인생을 통틀어, 개봉과 동시에 본 영화는 없었을 겁니다. 어릴 적에는 영화관에 가는 것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었지요. 연극관람과 그 궤를 같이하는데, [어차피 진실이 아닌 것, 꾸며낸 것] 을 보기 위해 왜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특히 연극의 경우에는, [왜 부끄러움은 저 사람들의 연기를 보는 내 몫인가]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아마도 처음으로, 개봉일 당일에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아마도 영화 개봉 당일이 휴일 전날이어서이지 않을까 합니다.
(절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관람했는데요, 사족을 바로 달자면 월드타워는 아직도 사람들이 오지 않아서 그러는지 자꾸 가나다순 정렬의 영화관명에서 제일 상단에 올라오는데 가끔씩 거슬립니다. 이건 저만 그럴까요?
하여튼, 21:40 에 시작하는 것으로 관람하였습니다. 그리고 소감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다른 작품들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음울한 분위기로 알고 있는데 나름 반전매력이 있었어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겐 한 번쯤 권장해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하루하루, 한순간한순간 어려움이 닥쳐오지만 그것을 스텝 바이 스텝으로, 하나하나 해결해 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마치 선구자적 모습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중간중간 BGM으로 나오는 흘러간 옛 노래(ABBA의 노래를 옛 노래로 치부해버려서 송구합니다만 아무래도 오래전에 들어보았던 노래라는 의미입니다.)들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화성에서의 자연경관은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암시일지, 혹은 그 어떠한 척박함 속에서라도 희망을 꽃피워내라는 주문일지, 장엄한 자연경관의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 존재에 대한 문상일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감독은 화성에서의 홀로서기를 하는 주인공에게 모든 초점을 맞춰낸 듯하고, 그래서 그 밖의 요소들은 굉장히 간소화해집니다. 미 항공우주국의 입장이라던가 하는 부분은 그저 그럴 법한 개그소재로 종결되는 부분도 있고,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요소가 될 법한 부분도 소리소문없이 넘어가 버립니다. 심지어 마지막에, 화성에서 구출되는 그 순간마저도 긴장감을 음악을 통해 억지로 부여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까 하여 따로 적습니다만, 구출장면에서의 컷은 마치 일본 쪽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봤던 구도가 연출됩니다. 이건 어디가 어디를 먼저 따라한 것일지 모르겠네요.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떠오르는 질문은, 과연 지구인들은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싶은 부분입니다. 물론 한 사람이 모든 경우에 대비할 수야 없겠지만, 예를 들어 지금 이 순간 외계인의 침공으로 딱 100명의 사람들만 구원할 수 있다면, 거기에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은 질문이지요. 혹은 당장 전쟁이 발발한다면 생존할 수 있을까 싶은 문제이기도 하구요.
이공계에 대한 존경과, 하루하루 배워나가는 것들에 대에 열심이어야 하겠다는 것, 그리고 어느 새 거대한 소비주체가 되어버린 - 생산능력이라는 측면에서, 서비스업은 이미 제조업과 대비되는 소비산업이라는 관점에서 - 본연의 제조능력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게 되었습니다.
음악과 영상과 스토리가 어우러진,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광대한 영상미를 느낄 수 있는 컷은 그리 많지 않구요, 오히려 그런 분위기를 느끼려면 일반적인 영화관에서 앞자리에 앉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 저라면 그렇게는 안 할 듯합니다. 한번 정도 볼 만한 영화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맷 데이먼의 캐릭터가 영화랑 잘 맞은 것인지, 혹은 맷 데이먼이 영화에 잘 녹아든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너무나도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 그리고 중간중간 극명하게 드러나는 설정에의 추구(몸이 달라집니다. 이건 영화를 보시면 알아요)는 참 좋은 배우구나 싶었습니다. 인터스텔라 에서 나왔던 역할이랑은 판이하게 달라요. 덕분에 프라미스드 랜드라던가, 인사이드 잡 처럼 그간 못 봤던 영화들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신 : 마션 영화 종료 후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가 무언지 아세요? 바로 Gloria Gaynor 의 [I Will Survive] 입니다. 영화랑 너무나도 잘 맞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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