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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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코엑스 서울국제문구사무기기전시회 이전, 페르난도 보테로 전을 보고 난 후 안토니 가우디전을 갔었더랬습니다. 그런데 포스팅은 이제서야...한달이 넘은 시점에 진행되게 되었네요 ^^ 무언가 사진은 많이 찍었는데 많이 밀려있는 상태라 암담합니다만... 여기서 더 밀리면 포기해버릴 듯하여 부지런히 올려 봅니다.


라고 해 봤자, 일전 페르난도 보테로 전과 마찬가지로 안토니 가우디 전도 사진촬영 금지...허어... 그래서 건져온 사진이래봤자 두 장밖에 없습니다 ㅠ_ㅠ 그것도 하나는 기념품샵에서 찍어온 것이죠.(하지만 잘 찍어온 것 같아요!)



[누군가 찍어온 사진을 전시한, 그래서인지 사진 촬영이 가능했던 장소에서 한 컷.]



[엽서. 가우디 하면 건축만 생각하는데, 이런 소품도 꼼꼼하게 챙기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진은 못 찍어도, 다니면서 메모해둔 것이 있어요 *^^* 거기에, 엊그제 술을 마셨기 때문에 더 마시진 않을지라도, 일전 사놓은(그래서 이미 맛은 가 있겠지만) 와인을 살짝 따라서 향만 음미하며 작성해 봅니다.

(공교롭게도 와인이 스페인 와인이네요! 아직 향으로도 살짝 스파이시함이 감돌고 있습니다. 마음에 들어요 *^^*)



먼저, 안토니 가우디의 멘트 중 두 가지를 적어 보겠습니다.


곡선은 신의 선이고, 직선은 인간의 선이다.

내 작업실 앞에 있는 나무, 그 나무가 나의 스승이다.


이것이야말로, 어찌 보면 가우디에 대해 집약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문구가 아닌가 합니다.


1. 항만 시설 계획안

 - 커다란 나비 같은 느낌이며, 실험적으로도 보이지만 동시에 서정적이고, 감성적으로 보이지만 치밀한 계산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초기 작품이지만, 저 때부터 이미 건축과 설계에 미쳐 있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생전에 그리 유명해질 수 있었을 듯하고, 동시에 그렇기에 그 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카탈루냐 분수 계획안

 - 보자마자 느낀 건 저 여백미를 어이할까 싶은 시각적 즐거움, 그리고 직선과 곡선을 저리 사용할 수도 있구나 싶은 감탄이었습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보는 듯한 탄탄한 기초 위에, 날아오를 것 같은 상층부의 느낌은 한옥의 버선코라고 할까, 흘러가는 구름이라고나 할까 싶은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오히려 둘이 너무 상반되어,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마저 연상되었지요. 엄중하게 계산된 비율에서는 몬드리안의 작품도 연상되었습니다.


3. 대학 강당 단면도

 - 위의 분수 계획안과 단언컨대 상반되는 이미지입니다. 직선 위의 곡선으로 하늘이 내리는 듯한 물을 표현하고 자연에의 경외를 다루었다면, 여기서는 오롯이 인간의 힘으로 세상을 탐구하는 장소라는 의미일지 단호한 직선으로 지붕을 씌우는데요, 그 안쪽으로 묘사된 돔 형태와 꼼꼼하게 표현된 천정의 그림은 그럼에도 신의 존재를 설파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마치 [데미안] 에서 새가 알을 깨고 나가듯, 둥그런 천장을 뚫고 나가는 지적 각성을 의미하는 듯하다고나 할까요.


4. 바셀 대성당 파사드

 - 중세풍의 웅장함과, 현대적 굴곡의 조화로움(이라고 메모되어 있네요 +_+)


5. 테레시아나 수녀원 학교 파사드 세부

 - 직선으로 쭉쭉 이루어진 단면입니다. 굉장히 정갈하고, 그간 본 작품들에 비해 딱딱하다고 느껴질 법하기도 한데요. 이는 당시 분위기라던가, 가우디 자신의 성향이라던가로 비추어 볼 때 수녀원이라는 장소에 대해 요구하였던 엄격함을 나타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첨탑부에서 보여주는 기교적 중단이라던가, 수곡선 부분을 보면 은연중에 곡선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곡선(신)에 대한 표현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6. 카사 보티네스

 - 성채와 같은 견고함, 그 속에 미려한 곡선미와 현대적 기법의 조화. 곡선과 현대적이라는 단어를 배치하여 적은 것은, 그만큼 곡선을 자연스레 사용하였기에 자연미와 동일하게 해석하여 쓰게 되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아마도 곡선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다중현수선이라는 놀라운 기법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 아닐까요. 둥글둥글 둥글린 모양새를 통해 마치 한 마리 힘찬 코끼리를 보는 듯한 양감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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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제 메모에, 다음처럼 죽 적혀 있네요. 아마 나중에 직접 눈으로 보고오자 라는 뜻이었는가 봅니다.  


[ 구엘 저택, 카사 밀라, 카사 비센스, 사그라다 파밀리아, 콜로니아 구엘 예배당, 카사 바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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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콜로니아 구엘 성당 스케치

 - 보자마자 떠오른 분위기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였습니다. 시기적으로는 당연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영향을 받았겠지요? 웅장하고 장엄한, 그야말로 신의 손이 있다면 저렇게 표현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자연을 한계까지 활용한 듯한 작품입니다.


8. 트렌카디스 기법(모자이크 타일 기법), 현수선 기법

 - 섬세하면서도 꼼꼼한 모습에서, 그리고 이를 만들기 위해서 공수해 온 도자기를 깨뜨려 버리고 조각을 집어들었을 모습에서 스탠리 큐브릭의 결벽증적인 촬영이 엿보입니다. 현수선 기법에서도 마찬가지이구요.


9. 카사 바트요 스케치

 - 점점 자유로워져 가는 작품들 뒤에 나타난, 치기어린 즐거움이 보입니다. 뉴턴의 유언처럼, 가우디 역시 말로 표현은 안 했을 뿐이지 스스로에 대해 [진리의 바다에서 영롱한 조개껍질을 줍는 어린아이] 로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요? 마치 역동적으로, 자유로이 몰려와 부딪치는 파도가 연상되는 모양새입니다. 모래성을 쌓다가 파도에 무너지는 모습에 치기어린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어린 아이같은 즐거움이 연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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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나오는 메모. 에이샴플라 계획. 이게 아마 스페인의 건축계획? 지역개발계획? 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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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카사 밀라

 - 완성된 생태계 같은 모습. 웅혼한 양감을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으며, 실물로 연상해보는 공간의 압도감이 기분을 즐겁게 합니다. 뭐랄까, 가우디는 후대로 갈수록 곡선미를 정제하여 다루는 듯한 느낌입니다. 반대급부로서, 바닥은 직각삼각형을 역배열? 로 하여 구성한 모양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직각삼각형의 두 빗변을 맞대는데, [직사각형] 이 아니라 다른 모양이 나오도록 맞대어서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양을 반복적으로 배열하고 있어요. 종려나무 주조물이 가져오는 탄탄함이라던가, 카사 밀라의 난간에 사용된 비틀린 주조물들은 마치 시간이라도 동결할 듯이, 태생적으로 한시적일 수밖에 없는 건축물이라는 요소에 시간적 영원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듯한 느낌을 부여합니다. 철근 콘크리트 건물에서 사람들이 철근을 넣음으로써 기대하는 효과라고나 할까요.


11. 시그라다 파밀리아

 - 나무숲이 가져오는 생명력과, 알에서 막 깨어나오는 생명의 순간을 붙들어매 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복잡에서 단순으로, 이를 통해 신에게로의 회귀를 표현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그밖의 소품들

 - 문고리, 가구, 문 등의 유려하면서도 중후한 곡선은 그야말로 그 자체로도 소장하고 싶어지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엽서를 사진만 찍어오고 사오지 않은 게 후회될 지경이네요 ㅠ_ㅠ



여기 다녀오고 나서, 바르셀로나를 실제로 다녀온 여자친구에게 엄청난 부러움을 느꼈더랬습니다 +_+ 이 사람 이런 걸 다 보고 왔고, 게다가 데일리 와인을 곁들였단 말이렸다..... 내 나중에 꼭 한 번 가보고야 말겠다 +_+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