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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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 마셨던 와인 포스팅,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3개 와인을 소개할 건데요, 셋 모두 레드 와인입니다.



론 바이 로저 사봉 2012(Rhone by Roger Sabon 2012) 입니다. 일전 로저 사봉, 르 사브네(Roger Sabon, Le Sabounet 2012) 를 마셔보고 포스팅 했었는데요, 당시에도 스페인스럽다 라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오늘에서야 포도 품종을 보니 (네이버 검색 결과) 그르나슈(Grenache) 가 주종입니다. 스페인에서는 가르나챠 라고 한다고 하구요,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품종이지만 특히 프랑스의 론(Rhone) 지방과 스페인의 리오하(Rioja) 지방에서 중요한 품종이라고 합니다. 어쩐지 스페인 느낌이더라 싶었더니, 앞으로 이 느낌을 그르나슈의 느낌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을 듯합니다.


첫 향을 맡자마자, 바로 마시지 말고 기다려달라 싶은 느낌이 듭니다. 강렬한 쌉쌀함이 코를 자극하고, 스파이시함과 미묘한 견과류의 느낌이랄지, 실키한 부드러움이 뒤따라옵니다. 향으로도 고소함이 연상되네요.


입안에서도 부드럽지만, 그럼에도 아까 향으로 느낀 쨍쨍함이 전달됩니다. 고소함과 매콤함(스파이시함? 후추의 매콤함?)이 공존합니다. 혀에서도 목에서도 맵싸함? 알싸함 이 올라오고요, 뒷맛 역시 고소함은 느껴지지만, 마치 호두나 아몬드를 껍질째 먹었을 때의 느낌마냥 쌉쌀함이 목을 간질여 줍니다.


시간을 두고 마시면, 마치 스페인 와인마냥 점차 고소해지고, 복합적이면서 자연스레 고기를 부르는 +_+ 맛이 올라오는데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취향입니다 ^^



네 번째 와인이자, 이 날의 메인 와인입니다! 아마 클럽장님께서 직접 서브해주셨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굉장히 많은 설명을 해 주셨지만 그걸 그대로 베끼는 건 뭔가 컨텐츠 도용 같아서 배제하겠습니다 +_+乃(라고 적었지만 사실 기억이 안납니다 ㅠ_ㅠㅋ)


호주의 굉장히 유명한 와인이라고 하구요, 펜폴즈 생 헨리 쉬라즈 2011(Penfolds St. Henri Shiraz 2011) 입니다. 펜폴즈의 프리미엄 라인? 이라고 하구요, 그랜지에 비교할 수 있다고 합니다. 클럽장님의 말씀에 따르면 호주의 양대산맥이었나? 싶은 둘 중 하나가 그랜지인데, 이 와인이 그랜지에 비견될 만한 와인이라고 했던 듯하네요 +_+ 펜폴즈는 여러 라인을 가지고 있고, 최근 공격적으로 국내 마케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절대 데일리와인 레벨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쉬라즈(Shiraz) 라는 품종은 호주식이고, 시라(Syrah) 랑 같은 품종이라고 합니다. 두툼한 껍질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추측입니다만 껍질이 두툼하다면 아무래도 쌉쌀함이 강렬할 듯하고, 포도 알갱이의 수분이나 포도당이 많이 도망가지 못해서 잘 발효된? 와인은 산도가 약하면서도 달콤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잔에 따라서 향을 맡은 순간 떠오른 것은, 적당히 벌크업된 근육을 가지고 있는(마치 줄리엔 강 처럼) 순박한 농촌 청년이 [잠시만요!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라고 손을 들어올려 제지하는 듯한 강렬한 인상이 옵니다. 우리 식으로 하면 뭐 어쩌라고? 이런 느낌이랄까요. 굉장히 자유분방하고 그 안에 미묘한 절제가 느껴지는 모양새입니다.


굉장히 단단한 그르나슈 같다고 할까요? 하지만 다크 초콜릿이랄까, 잘 가공된 가죽벨트랄까 싶은 향이 올라옵니다. 미묘한 탄닌감도 있구요. 와인 자체가 묵직하다기보단 천진난만한 즐거움이 연상됩니다. 당장 마셔보고 싶게 만드는 와인이예요 ^^


입안에 넣은 순간 향긋하니 퍼져 가는 과실향이 굉장히 행복합니다. 살짝 계피 같은 느낌도 나구요, 아낌없이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모습이 슬며시 미소짓게 만듭니다. 온 몸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연인 같은 느낌이예요. 그러면서도 끝맛으로 탄닌감이 슬쩍 고개를 들이미는 것이, 그저 그렇게 가볍게 끝나는 와인 아닙니다 ~ 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귀엽게 굽이져 흐르는 계곡물 같은 느낌이구요, 입안을 화사하게 지배하는 느낌에 행복합니다.


다만, 그 구조감이 예전에 마셨던 호노로 베라 같다고 할까, 라가 드 베자나 처럼 그 자체로 완성감을 갖고 있다고 보기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무언가 다른 음식을 통한 마리아쥬를 맞춰 주지 않으면 그 진가를 100% 발휘하기 어려운 모습이예요. 물론 와인 자체가 음식과 궁합을 맞추어 먹는, 우리 식으로 하자면 국물요리 같은 것이라고 하니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좋은 안주가 있을 때, 그 맛을 극대화할 수 있을 거예요 ^^ 말로 표현을 못 하겠지만 어딘가에서 적절하게 힘을 뺀다면 적당할 듯도 한데, 그러는 순간 그저 그런 데일리 와인으로 전락해버릴 것 같습니다.


잔 브리딩을 하면 할수록, 물론 마셔버리느라 길게도 못했지만, 체리향과 산미가 살아올라오는 느낌이 참 맛있습니다.



다섯 번째 와인입니다. 보자마자 이탈리아 와인 아냐? 싶었던 레이블이구요, 나중에 보니 이탈리아 가 맞았습니다 +_+ ㅋㅋㅋ 점점 야매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_+


시그너스 2013(Cygnus 2013) 라는 와인입니다. 네로 다볼라(Nero D'avola) 라는 품종과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 이 블렌딩되어 있구요.


네로 다볼라 라는 품종이 생소해서 검색해 보니,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토착품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역에 분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걸 보니, 몇몇 와이너리에서 선택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품종인 듯하구요, 마치 히든 카드? 같은 것이 아닐까 싶네요. 시칠리아에 실제로 가서 찾아보면 로컬 와인 중에는 이 품종만 100% 사용하는 와인도 있을 듯합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와이너리 투어를 하는가 싶네요...(저도 하고 싶다는 이야기입니다.)


향을 맡아 보면 약간 묵지근하다고 할까요, 워낙 이때쯤 되면 같은 잔에 다섯개나 되는 와인이 들락날락거렸으니 향을 맡기가 지난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그냥 맡으면 그간 맡은 향과 큰 차이가 없는데, 살짝 스웰링한 후 맡으면 마치 부케를 받기라도 한 것처럼 복합적인 꽃향기가 살며시 올라옵니다. 볼륨감도 풍성한 부케를 받는 듯한 느낌이예요. 마치 어딘가에서 수상하고 나서, 중짜 이상의 꽃바구니를 전달받은 느낌을 받습니다. 꽃은 강렬한 꽃이 아닌, 파스텔 톤과 밝은 색상의 꽃들이 연상되고요.


맛을 보니, 오동나무 같은 굵은 나무가 연상되면서 이러한 나무에서 열린 과실 같은 강인함이 상상됩니다. 그러면서도 보드라운 과즙 같은 쥬시함이 있네요. 달달하면서도 쌉싸름한 것이, 달달한 나무뿌리를 지근지근 씹을 때 느껴지는 달큰함이 연상됩니다. 절대 달콤한 와인은 아니지만, 맵싸하니 속을 긁는 것이 아니라 푸근하게 어우러드는 달큰함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