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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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너무나도 훌륭한 와인을 마신 날이라서, 포스팅을 안하면 안될 거 같은 느낌에 컴퓨터를 켜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물론 지난 음료 포스팅으로부터 1년가량 지났지만... 그 사이에 와인을 감별하는 능력이 혁신적으로 증가하진 않았을 테니, 이번에도 역시 제가 그저 느낀 대로의 소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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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모임 장소는 가디록 입니다. 청산별곡에 나오던 바로 그 단어. 갈수록 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인 가디록입니다.



샤또 레오빌 라스까스 `06빈티지. 벙주님께서 핸들링하시기 위해 모임시간인 7시30분 한참전인 6시에 코르크를 개봉하고 올려주신 샷입니다. 



그리고 전 왠지 시작부터 느낌이 매우 좋았었기때문에 포스팅을 할거같다는 생각으로 가디록에 가는 입구부터 사진을 찍었습니다 +_+ㅋ2층까지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1층만 쓰는 단촐한 비스트로입니다.



정면에서 본 사진. 윗층과 다르게 적당히 어둑하면서도 모던한 조명이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모임시간보다 1시간을 더 일찍 도착했었기때문에 근처 편의점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돌아와보니 벙주님께서도 도착. 자리가 세팅되어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총 6명의 자리가 세팅되고, 돔 페리뇽 `85빈티지가 아이스버킷에서 칠링되고 있습니다. 옆으로는 차례로 꼬스 라보리, 끌로 드 마끼, 레오빌 라스까스가 도열해 있네요. 쉬드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각 자리마다 편지봉투가 올려져 있지요? 저게 무엇인가 하고 봤는데...



하...벙주님의 너무나도 섬세한 마음이란. 하나하나 직접 도안하고 포토샵으로 제작한 와인 안내, 보르도 지도, 그리고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 메뉴보드까지. 벙주님 존경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가디록 의 전경. 건너편 테이블에 계신 분들의 초상권을 지키면서 쉐프님의 초상권은 지켜드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훈남이시니까요. 저 앞의 테이블에 조르르 세팅된 와인잔은 결국 저희가 다 썼더라는 충격적인 사실. 셰프님 존경합니다 훌륭합니다 너무 멋있으세요.



그림에 조명이 집중된 때. 롯데월드타워가 있는 잠실역의 모습에서부터 광화문, 남산타워, 서울 불꽃축제, DDP 등 각 명소들이 액자에 걸려 있습니다. 액자 프레임은 검정색이 참 미니멀리즘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거 같아요 ㅎ



벙주님 각도에서 바라조는 주방의 모습입니다.+_+ㅋ



오늘의 첫 번째 와인. 돔 페리뇽(Dom Perignon) 1985 빈티지입니다.


호박색의 따스한 색상에, 아로마는 연하게 떠도는 빵굼터에서 나는 향기와 슴슴하게 피어나는 복숭아향, 그 뒤로 치고올라오는 꿀내음이 인상적입니다. 부드럽게 스월링한 후 올라오는 부케는 강렬한 번, 모카번이라는 단어를 듣고 가지 않았으면 놓쳤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느낀 바로는 태우다시피 타오르는 빵의 겉껍질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여기에 복합적으로 올라오는 무화과향과 은은한 각종 과실향. 마지막으로 파고드는 향기는 잘 눌려놓은 누룽지처럼 향만 맡았음에도 속을 든든히 채워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첫 맛은 시트러스함이 훅 들어오고, 샤블리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강렬한 산미가 입안을 일깨워줍니다. 마치 뜨거운 음식을 입에 넣으면 혀 위로 자브작자브작 얼얼하게 감싸는 것처럼 입안을 부드럽게 채워주는 농밀한 탄산감과 감귤맛이 지배적이고, 그 뒤로 치고들어오는 너무나도 신선한, 갓 다서 먹는듯한 청량한 포도알갱이 맛. 마지막으로는 방금 구워낸 군밤을 씹어삼킨 뒤 목구멍 깊숙이에서 올라오는 고소함이 입안을 살며시 채워줍니다.


아마 오버칠링되었기 때문에 산미가 더 뛰어올랐어서 그런 듯하고요, 그 뒤로 코스가 끝나는 내내 남겨두었던 잔에서는 점차 꿀에 절인 견과류 같은 들큰한 감칠맛, 셰리캐스크 위스키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러한 감칠맛이 입안에 너무나도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마지막에는, 마지막에 비교했던 소테른과의 사이에서는 너무나도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마치 일이십년 더 있었어도 될 듯한 천진난만한 발랄함까지도 보여주는 와인이었습니다. 괜히 그레이트 빈티지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오늘의 두 번째 와인. 샤또 꼬스 라보리(Chateau Cos Labory) 1985 빈티지입니다.


아로마는 고혹적인 건물, 위태롭지만 강건한 절벽 위에 세워진 고혹스런 건축물이 연상됩니다. 그윽한 담뱃잎향, 그리고 약한 베이비파우더향도 올라오며 전체적으로 불의 기운, 바싹 말라 건조된 느낌이 지배적입니다. 그러면서도 잔잔하고 체계적으로 구조물을 쌓아올라가는 듯한 구조감이 인상적이었구ㅛ, 쨍한 담배향 뒤로 슬쩍슬쩍 스파이시함도 고개를 들이밀고 있습니다.


입안에서는 따스하게, 촛불마냥 보드랍게 감겨드는 느낌과 매콤하고 톡톡하게 혀를 자극하는 상큼함, 그리고 목넘김 이후에도 목 뒤쪽에서 기어올라오는듯이 끈덕진 느낌이 담쟁이덩굴을 연상케 합니다. 그럼에도 미세하게 입안에 남겨지는 단맛과 혀를 채우는 충만감은 인상적입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즉 오래 열어둘수록 불꽃같던 감성은 자작하니 잦아들면서 보드랍게 태우고 난 뒤의 보들보들한 재 같은, 혹은 안개가 어슴푸레 낀 늪지대의 부엽토같은 부드러움으로 남겨집니다.



오늘의 세 번째 와인. 샤또 레오빌 라스까스 끌로 드 마키(Chateau Leoville-Las Cases 'Clos du Marquis') 2003 빈티지입니다.


아로마는 짙푸르고 울창한 나무숲이 떠오르지만, 약간의 스웰링만 해줘도 그 사이사이에 숨겨져있던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나고 나비들이 날아오르는 화사함이 엿보입니다. 은은하게 올라오는 치즈향이랄까, 아기염소의 입가에 묻어있는 젖의 내음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이어지는 검푸른 바다와 같은 느낌, 시가향이 같이 감돕니다.


첫 맛으로는 향기에 비해 한참 모자라는 아주 단촐한 타닌감과 약간의 플로럴함. 그리고 타닌의 강도가 미묘하게 어깃장을 놓으면서 달큰한 뒷맛이 입안에 심플하게 남겨지는 모습이 퀄리티에 의문을 갖게 하지만, 뒤로 갈수록 묘한 박하향이 함께하면서 타닌감이 풀어지고, 점차 조화로운 맛으로 입안에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오늘의 네 번째 와인. 샤또 레오빌 라스까스(Chateau Leoville-Las Cases) 2006 빈티지입니다.


이걸 마실때쯤엔 이미 3시간 가량 오픈되어 있었고, 그중 절반은 디캔터에 들어가 있었음에도 아낌없이 피어나는 각종 꽃의 향기가 너무나도 예쁩니다. 강렬한 꽃향이라기보다는 적당히 말려진 드라이플라워의 향을 맡는 느낌. 이미 허덕이며 경사로를 오르는 푸니쿨라 같은 상태였던 세 번째 와인(끌로 드 마키)과 비교하자면 에버랜드 같은 곳에서 꽃길 터널을 잔잔히 지나가는 열차같은 느낌입니다.


한참을 스웰링해도 느긋하게 감겨드는 타닌감이 맨 끝에 살짜쿵 초콜릿맛을 남기면서 기다리시게 여러분 을 외치다가, 한참 뒤 만개하고 나면 시가향을 바탕으로 한 화사함이 마치 부쉬드 노엘 케이크 위에 시나몬을 뿌리고 드라이플라워로 데코레이션한 느낌을 줍니다.


아무 미세한 미네랄리티가 감도는 뒷맛에 노련함마저 느껴지고, 아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바나나우유처럼 몽글몽글한 유질감도 느껴집니다.



오늘의 다섯 번째 와인. 샤또 쉬드로(Chateau Suduiraut) 1998 빈티지입니다.


잔에 담을 때 함께한 주석산이 떠다니는 모습에서, 검푸른 아이슬란드의 하늘과 거기 박혀있는 점점의 별들이 연상됩니다. 진하고 깊은 향에 박하향이랄지 유칼립투스 향이랄지 모를 무언가가 감돌고, 달큰하지만 민트초코같은 가벼운 터치감이 인상적인 향입니다.


입안에서는 혀를 포옥 하니 감싸주는 우아하고 실키한 느낌이 귀부인을 연상케 하고, 아직까지 남아있던 돔 페리뇽과의 비교에선 누가 우위에 있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모습이었습니다. 만개한 돔 페리뇽이 한껏 꽃장식을 달았음에도 무겁지 않게 사뿐사뿐 왈츠 스텝을 밟아나가는 소녀라면, 쉬드로는 보이시한 매력을 풍기며 유니섹슈얼한 복장으로 쿨하게 보드카를 털어넣고 육포 한조각 삐죽 물며 건초더미에 드러눕는 소녀같다고나 할까요.



차례로 단체샷이 올라갑니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모습들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맛난 와인들과 함께한 가디록의 메뉴들에 대한 소개도 있어야겠지요?



아뮤즈 부쉬. 서비스로 나온 것이라서 아마도 3피스가 아니라 2피스였을 겁니다. 왼쪽은 연어 그라브락스였고 오른쪽은 흑미랑 쌀? 로 만든 쿠기 비슷한 것에 땅콩과 드레싱과 고수잎으로 마무리된 것입니다.



오리고기 아란치니와 석류알갱이 및 연시를 활용한 드레싱으로 맛을 낸 샐러드. 아란치니에 치즈가 들어 있어, 적당히 꼬릿하고 짭짤한 맛이 좋았습니다.



대구살을 다져 만든 바칼라. 대구의 비린내를 일부러 완벽히 잡지 않고(즉, 인위적으로 잡지 않고) 살려서 만든 음식이고, 바게뜨 및 다른 텍스쳐의 저 빵이랑도 잘 어울렸는데 문제는 2번째 와인하고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았다는게 함정 +_+ ㅋ 대구의 비릿한 향을 그야말로 입안에서 극대화시켜주었던 흔치않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샤블리 계열이랑 먹을 건 아니고, 오히려 오크터치된 화이트와인이랑은 그나마 어울릴 듯했습ㄴ다.



세 가지 버섯이 들어간 곡물 리조또. 쌀로만 만든 것이 아니라 현미, 그리고 다른 하나가 들어가서 고소하고 톡톡 씹히는 질감을 선사합니다. 얇게 뿌려진 치즈가 적절히 녹아든 맛도 훌륭했고, 위에 올려진 구운 버섯의 식감은 아주 훌륭했습니다.



미소된장 등으로 푹 재워서 잡내를 잡은 양고기. 검정색으로 보이는 것은 바질 등을 올리브유와 함께 갈아만든 일종의 페스토 되겠습니다. 벙주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싹싹 올려서 함께먹으니 풍미가 두배! 동시에 아주 작심하고 잡내를 잡은 게 아니라 은은한 양 특유의 내음이 살아있어서 이국적인 풍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12시간 이상 충분히 수비드하여 익혀낸 소갈비. 감자와 양파를 곁들여 한국식 갈비찜의 느낌을 살렸고, 부위를 어떻게 정육했는지 도가니 같이 뭉근하고 담백한 맛이 느껴지는 부위에 제일 만족했던 메뉴입니다. 감자 역시 단순하게 알감자를 그냥 삶은 게 아니라 치즈를 넣었건 설탕이나 소금을 넣었건 무언가 조치가 되었을 거 같았지요.



추가 서비스로 나온 디저트. 딸기와 포도에, 설탕을 베이스로 한 듯한 과자, 그리고 복분자 베이스에 팝핑캔디를 섞은 소스. 하얀 것은 화이트 초콜릿과 요거트를 섞어 만든 판나코타이고 진한 갈색은 밀크 초콜릿, 그리고 체리 소스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디록의 메뉴판을 공개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