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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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었던 업장인 와려 에서, 샴페인을 라인업에 맞춰 몰아마시는 일정이라 낼름 다녀왔습니다. 역시 연말에는 술자리가 많은 듯한데, 요즘 급격히 주량이 줄어들고 있어서 이제 슬슬 술 마시는 것도 정리를 해야 하지 않는가 싶기도 하네요.


율리스 콜랭은 올리비에 콜랭에 의해 만들어진 와인인데, 본래 와인을 만들던 가문이기는 했으나 그간 포도를 판매하는 데에만 집중했던 선대와 달리 자크 셀로스에서 2년 가량(2001 ~ 2002 or 2003) 일하며 와인 메이킹을 배운 후, 싱글 빈야드로 단일 빈티지, 단일 품종의 포도를 이용하여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올리비에 콜랭은 법률을 공부했던 사람이었다고 하네요.



첫 번째 와인은 율리스 콜랭 레 피에르리에 블랑 드 블랑 엑스트라 브뤼(Ulysse Collin "Les Pierrieres" Blanc de Blancs Extra Brut) 입니다.


패트롤 같으면서도 플라스틱 같기도 하고, 스테인리스 스틸 같기도 한 묘한 광물감의 향취가 훅 끼쳐옵니다. 뒤이어 이스트함, 약간의 곡물감. 곡물의 느낌은 존재만 있다 수준이지 그리 강렬하게 깨볶는다거나 하지 않네요. 청포도의 뉘앙스와 올리브 오일 같은 오일리함이 살짝살짝 묻어나면서 캘리포니아 화이트와인에서 경험했던 살풋한 요거트 향기마저 있습니다.


입 안에서는 산미가 선연하고, 해변의 모래알이 입 안에서 부스러지듯한 묘한 바다의 짠내와 미네랄리티가 함께 벙글거립니다.



두 번째 와인은 율리스 콜랭 레 엉페 블랑 드 블랑 엑스트라 브뤼(Ulysse Collin "Les Enfers" Blanc de Blancs Extra Brut) 입니다.


첫 번째 와인에 비해 금속질의 느낌은 많이 사그라들었으며, 서양배, 청사과의 향기가 청포도향과 어우러듭니다. 그러나 금속향이 아예 없어진 건 아니고, 레 피에르리에에서의 바다에 가깝던 느낌이 상당히 육지로 옮겨온 듯한 바윗돌, 철분감 등이 풍겨납니다.


입에서는 과실감이 훨씬 임팩트 있게 올라오고, 산미는 사그라들어 마치 샤블리에서 몽라쉐로 넘어온 듯한 느낌마저도 듭니다. 아쉬운 점은 잔으로 인한 문제인지 탄산감, 기포감이 더 거칠게 다가왔다는 점입니다만 Enfers 라는 프랑스어가 구글 번역기에 따르면 지옥 을

뜻한다고 하니, 나름 일치하는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이상하게도, 여기서부터 뒷맛으로 알콜감이 상당히 무겁게 올라오는 것이 술이 잘 안 받는 날인가? 싶은 느낌이 벌써부터 들었습니다.



세 번째 와인은 율리스 콜랭 레 로아이스 블랑 드 블랑 엑스트라 브뤼(Ulysse Collin "Les Roises" Blanc de Blancs Extra Brut) 입니다.


아주 짧았지만, 그리고 자크셀로스와 일을 하면서 그의 스타일을 많이 취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쟈크셀로스 이니셜의 느낌이 순간적으로 올라왔습니다. 너무 짧아서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기 때문에... 그 느낌만을 위해서 이 와인을 다시 구입한다거나 하지는 않을 듯했지만요. 처음의 두 와인과 다르게 슬며시 밀크 초콜릿에서의 유질감과 고소함, 달큰함이 머릿속으로 부쉬 드 노엘 홀 케이크의 모습이 슬몃 흘러지나갔습니다.


입에서는 배, 그리고 단단한 과육을 지닌 청포도의 과육감이 혀 위를 흐릅니다. 살풋살풋 장미향도 느껴졌고요. 샤르도네 품종 특유의 청량한 풀잎향, 끝에 매달린 이슬 같은 여릿한 미네랄리티가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거면 왜 이 포도로 샴페인을 만들었을까? 차라리 화이트 와인을 만들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으로 마무리가 되기도 했고 마시는 내내 알콜감이 묵지근하니 머리 한켠을 괴롭혔던 아쉬움이 있습니다.



네 번째 와인은 율리스 콜랭 레 마이용 블랑 드 누아 엑스트라 브뤼(Ulysse Collin "Les Maillons" Blanc de Noirs Extra Brut) 입니다.


피노 누아로 만드는 블랑 드 누아의, 포도의 느낌을 여실히 살려 낸 향기입니다. 검붉은 과즙을 지닌 과실들의 향기, 그리고 향기임에도 코를 살짝살짝 눌러대는 산미감.


앞서의 3종 중 어느 것보다도 확연하게 "포도" 의 존재감이 여실합니다. 혀 위에서의 기포감은 짱짱하니 팡팡 터지고, 더불어 산미감도 함께 합주를 하니 진득하거나 끈적임 없이 깔끔하고 청아하게 입 안을 헹궈 주면서 마무리가 되네요. 향기로는 모든 와인 중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이번에도 변함 없이 알콜감은 계속 되었네요... 역시 컨디션이 문제였을까 싶습니다.



마지막 와인은 율리스 콜랭 레 마이용 로제 드 세니에 엑스트라 브뤼(Ulysse Collin "Les Maillons" Rose de Saignee Extra Brut) 입니다.


기존에 겪어 본 어떠한 로제 와인보다도 강렬한 색상을 지니고 있으며, 그 이유로는 세니에(Saignee) 라는 방법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방식은 레드 품종의 포도를 압착한 후 짧은 시간 동안 과피와 접촉하게 하여, 적당한 색상이 나왔을 때 과즙을 빼내는 방식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할 경우 단순하게 포도만으로 만드는 샴페인과 달리 과피와의 접촉을 통해 레드 와인 특유의 향미를 부가하여 와인의 복합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신선하고, 꽃다발과 같이 꽃향기가 피어납니다. 입 안에서는 산미라던가 미네랄리티, 혹은 과한 기포감처럼 거치는 것 없이 부드러이 머금어지고 또 목넘김까지 진행되면서, 포도로 만든 음료수임을 여실히 드러냅니다만 기이할 정도로 과당은 억제되어 있습니다. 알콜감도 거의 없다시피 하여, 마지막에 편안히 마실 수 있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