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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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와인 포스팅으로 시작합니다 *^^* 신년맞이 포스팅을 `17.1.3 에 했었는데 거진 한달만에 한다는게 참... 대신 한번 마실때마다 5 ~ 6종을 마시니까 1주일에 1종의 새로운 무언가를 마시는 건 맞지않나 싶다는 뻘 생각도 해봅니다 +_+ㅋㅋㅋㅋㅋㅋ


최근 고깃집(고깃집에서 와인을 즐길 수 있다는 걸 깨달았던 하루 *^^*)에서 즐겼던 와인을 공개해봅니다.



첫 번째 와인입니다. 페라리 페를 2006 빈티지(Ferrari Perle 2006)입니다.

마세라티도 그렇고 페라리도 그렇고, 자동차 브랜드를 달고 있는 와인들이 몇몇 있네요.


분명이 스푸만테인데... 첫 향은 굉장히 깊고 진하게 농축된 사과의 향이 납니다. 최근 마셨던 볼랭져가 그 특유의 미묘한 사과향이 시그니쳐라고 한다면, 이 아이도 은근 사과향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어요. 다만 다른 점이라면, 봉랭져의 그 사과향은 갈변하기 직전의 상큼하고 동시에 약하게 사각거리는 듯한 느낌이라고 한다면 이 아이는 완전히 갈변해버린 사과가 가져오는 뭉근한 느낌. 사과잼을 만드는데 설탕이랑 물 없이 오로지 사과만으로 잼을 만들어가는 과정 같다는 느낌입니다.


고소함도 살짝 감돌고, 땅콩기름이나 들기름같은 미묘한 유질감도 가지고 있으면서, 어지간한 샴페인은 갖다대지 못할 만큼 기포의 유지력이 굉장했던 와인입니다.


산미랑 바디감도 적당하고, 입안에서 부드러이 넘어가는 느낌이 만족스럽습니다. 이탈리아 스푸만테의 공통적인 특징이랄지 아니면 아직 진짜 좋은걸 못 마셔봐서 그럴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향보다 맛이 굉장히 심심하고 밋밋한 느낌이었는데, 이 와인 역시 탄산감이랑 사과향이 잘 어우러든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 여백을 시트러스한 산미가 치고들어와서 나름 잘 버무려진 샐러드 같은 느낌을 줍니다.



두 번째 와인입니다. 산 레오나르도 2000 빈티지(San Leonardo 2000)입니다.

이탈리아에서 만들었음에도 보르도 스타일 블렌딩(까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까베르네 프랑)으로 만들었다고 설명을 들었습니다.


향기에서도 아주 전형적인 보르도 스타일이 느껴집니다. 작년 말 와인공간에서 30병 시음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그날 마셨던 보르도 스타일 와인들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졌었던 거친 듯한 타닌감, 급경사를 이루어 떨어져내리는 절벽 혹은 풀잎이 없는 높다란 언덕이 연상되는 미네랄리티와 얼씨함이 있네요.


그런데 의외로 입 안에서는 굉장히 푸근하면서, 보들보들하니 넘어가는 느낌이 물음표와 느낌표를 두서너 개 띄웁니다만, 어느 새 속으로는 아무래도 프랑스보다는 위도가 낮아서 더 푸근하게 익는건가 싶다는 혼자만의 생각을 해봅니다. 달달하고 심심하게 넘어가네... 하고 느끼고 있으면, 탄닌 때문인지 아니면 통상의 보르도 스타일과 다르게 메를로보다 더 많이 들어간 카베르네 프랑 때문인지 슬그머니 올라오는 산미가 입안에 잔잔하게 흐르는 시냇물같은 느낌을 줍니다.



세 번째 와인입니다. 보르고뇨 바롤로 리제르바 2003 빈티지(Borgogno Barolo Reserva 2006)입니다.

두번째와 세번째 중 어느 걸 먼저 서브할지 고민했던 주최자님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


2008년도에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였기에, 그전 스타일을 느낄 수 있도록 2003 빈티지를 골랐다는 센스가 돋보이는 선택이었습니다. 신상이라던가, 한정판이라던가, 이제는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무엇인가라는 표현은 홈쇼핑에서부터 우리네 삶에 너무 깊숙이 다가와 있는 것 같아요.


쨍쨍한 아이가 그 근육질을 드러내는 인상입니다. 연한 분홍빛과 파스텔 톤 노랑과 연두빛을 마음가는대로 힘차게 칠해 나아간 커다란 그림을 햇살 바른 곳에 펼쳐둔(벽에 걸거나 하지 않고, 그냥 고추 널어 말리듯 그림을 뉘어둔 듯한) 느낌입니다. 쨍글쨍글한 향과 마음껏 벋어나가는 기운찬 느낌이 유치원생들이 우아아아아 ~ 하면서 달려나가는 걸 지켜보는듯 아빠미소를 머금게 합니다.


입안에서는 푸르른 풀잎향과 바삭바삭거리는 갈대향, 복합적이면서 구조감이 느껴지는 쨍쨍한 질감이 만족스럽습니다. 향에서와 마찬가지로 싱그럽게 뻗어나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요. 적당히 물에 익숙해질만큼 탑승한 흔적이 있는 요트를 타고 큰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느낌입니다.



네 번째 와인입니다. 가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10 빈티지(Gaja Brunello di Montalcino 2010) 입니다.


앞서의 와인들이 각자 자기만의 색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첫 향에서부터 낮고 은은하게 깔리는 느낌이 잔잔하고 적당히 깊은 연못 한가운데에 웅크리고 가라앉아가는 듯한 뭉근함을 선사합니다.


코 안에서 녹진하고 보드라운, 그러나 끝자락에 힘이 살아있어 누비는 향기가 회오리치면서 감겨들어오고, 로라 메르시에 엠버바닐라의 첫 향처럼 첫 순간에만 훅 끼쳐들어오다 어느 새 내 몸인것마냥 푸근하게 감싸안습니다.


입안에서도 달큰하고 보드라우면서도, 그저 달달하다 혹은 부드럽다가 아니라 한 차례 더 풍요로운, 풍만한 무언가가 연상되면서 [맛있습니다] 바닐라향이 미세하게 감돌고 입 안에서도 그와 맞춘 부드러움이 지배하고 있으며, 알퐁스 무하의 전시회에서 느꼈던 듯한 절제된 부드러움이 참 인상적입니다.


확실히 이탈리아 와인이라고, 특히 BDM이라고 하기엔 많이 어려움이 있을 듯하고, 현지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는 주최자님의 설명이 확 와닿은 와인이었습니다.



다섯 번째 와인입니다. 아비뇨네지 50 & 50 2009 빈티지(Avignonesi 50 & 50 2009)입니다.

산지오베제와 메를로를 50%씩 블렌딩한 와인이라고 합니다 +_+


이런 아이들이 페렐라다 파비올라처럼 결혼식 와인으로 많이 쓰인다고 하네요 +_+ ㅋ서로 다른 둘의 결합이라고나 할까요. 역시 결혼은 서로 전혀 다른 두 사람이 결합하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그러니 서로 안 맞아서 싸우더라도 어쩔 수 없으니까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지 않았을까요.....라고 산으로 잠시 가봅니다 ㅋㅋㅋㅋㅋ)


잘 만든 와인이구나 싶은 느낌이 향기에서도 훅 올라옵니다. 고급지다 혹은 편안하다 이런 느낌보다는 뭐라고 해야 할까요. 통상 공산품이나 혹은 박람회, 전시회 같은 데 갔을때 오, 이거 참 잘 만들었다. 이거 참 아이디어 상품이네! 싶은 무언가를 봤을 때 느껴지는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구수한 누룽지의 느낌과 미세하게 짜여져 있는 치즈향, 거기에 너무 묵지근해진다 싶지 않게끔 어우러들어 있는 상큼한 박하향까지. 적당히 쭉쭉 마시기에 너무 좋은 느낌을 줍니다.(물론 가격을 생각하면 절대 적당히 쭉쭉.... 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만 말이죠 ㅠㅠㅠㅠ)


입술에서부터 시작해서 목구멍을 넘어가는 그 순간까지 바짝 따라오는 산미가 인상적입니다. 일직선으로 달려드는 산미 끝자락엔 뭉게뭉게 따라오는 달큰함과 부드러움이 어우러들고, 동시에 안주! 를 부르는 맛입니다 +_+ ㅋㅋㅋㅋ 역시 음식이랑 같이 먹으면 쭉쭉쭉 들어가게 생겼어요. 음식을 꽤나 먹지 않으면 목 안쪽부터 산미가 진득하니 남는 느낌으로 침이 계속 고입니다.



마지막 와인인 마시, 코스타세라 아마로네 1990 빈티지(Masi, Costasera Amarone 1990)입니다.

위 사진으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때쯤 되니 단독샷이 없어서 떼샷으로 대체하는............ㅠㅠㅠㅠㅠ



올빈이라서 그랬을까요? 혹은 아마로네 라는 표현 자체를 배웠던 시간이었기 때문일까요. 차가운 과실향이 감돌면서 그저 맛있었던, 우와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홀라당 마셔버렸던 기억입니다.



토막상식으로 아마로네는 아파시멘토 제조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해당 방식은 기원전 3세기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수확한 포도를 최상급의 포도만 골라내서 바싹 말리면, 수분이 날아가고 당분만 남게 되는데 이걸 이용해서 만든다고 합니다.


당분이 잔뜩 남은 포도로 만들었으면 달지 않을까 싶은데, 아마로네 라는 단어 자체는 오히려 쓰다 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달달한 와인으로는 레시오토 혹은 레쏘토가 있으며, 아마로네는 실제 맛은 달긴 하지만 뒷맛은 쌉쌀함이 남는다고 하네요. 레쏘토의 경우는 아마로네와 다르게 수확 자체를 늦게 하고 건조기간을 늘린다고 합니다. 레잇하베스트 혹은 슈패트레제 같은 개념이라고 봐야하나 싶네요.



같이 먹었던 음식에 대한 소감도 써야하는데...... 급 귀찮음이 몰려오네요 ㅠ_ㅜ 아마 다음기회에 쓰지않을까 혹은 까먹지않을까 싶습니다 +_=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