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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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교보문고 인터넷서점 에서 가져왔습니다.]

우리나라가 이웃나라 일본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분야가 있습니다. 같은 황인종이다, 언어의 어순이 똑같다 라는 것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고령화라는 측면에서 맹렬하게 일본을 추격하고 있지요. 동시에 한때 일본이 경박단소한 손기술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고 그 첨단에 소니(SONY)와 도요타(TOYOTA)가 있었다면, 지금 우리에겐 명실공히 세계제일의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자체엔진 개발의 기술력을 보유한 현대차-기아차가 있습니다.

의료 부문은 어떨까요. 한때는 일본에서 높은 의료기술을 배우려는 시기도 있었고, 의료관광처럼 무언가 좀 더 나은 시술을 받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러한 일은 매우 줄어든 듯합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과 같은 일명 CIS 국가들에서는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자국내에서 충분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데, 이들이 제일착으로 고려하는 목적지가 우리나라라고 하더군요. 이러한 추세는 벌써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도 광범하게 퍼져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사람들까지 있다고 하더군요.

이러한 시점에 우리나라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이미 기형적으로 변모한 의료수가의 현실화라는 문제는 둘째치고 정치권에서 광범위하게 제시되는 무분별한 의료 관련 공약들은 볼 때마다 그저 한숨만 나오는 일입니다. 이미 일반적인 국민들도 알다시피 수많은 진료과목 중 일부 과목에만 의사들이 몰려드는 현실이 벌써 몇 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당연하게도 비인기 진료과에 대해서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사실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몇몇 진료과들이, 그렇지 못한 과들에 비해 인간의 생명연장과 무병장수에 더 기여한다고 확언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흉부외과 같은 곳이랑 피부과를 단순 비교한다고 하면 어떨까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비롯한 여러 집단과 의료현실과의 괴리. 정치권의 표몰이식 술수와 의료현실과의 격차. 일반 시민들이 인지하고 있는 정보 혹은 그럴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 믿음과 의료계의 현실과의 배치. 국민의 건강을 위해 그야말로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의료계는 사실, 그런 만큼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못한 듯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기 책은 하나의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지요.

오래전 이야기입니다만 전 다행스럽게도 좋은 부대, 좋은 선후임, 좋은 장교들을 만났고 무난하게 군생활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때 한 가지 약속했던 것이 [후임들에게 괜한 시비를 걸지 말자]라는 것과, [힘들 일은 내가 먼저 하자]라는 것이었지요. 물론 그 당시 함께했던 후임들이 보기엔 많이 부족했고 저 역시도 그저 그런 선임병 중 하나였을 테지만, 부대 특성상 몇 개월간 지속했던 비상대기 근무 테이블을 짜면서 다음날 근무OFF가 있음에도 가장 많은 시간은 토요일 혹은 일요일, 혹은 금요일 근무를 서 주면서 후임들을 한 번쯤 더 생각하는 선임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었습니다. 이게 얼마나 후임들에게 감동을 주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자랑 같지도 않은 이 이야기를 지금 꺼내는 이유는,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 역시 이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입니다. 병원은 최전선이고 군부대로 치자면 가장 아래에 있는 곳입니다. 환자와 가장 밀접하게 접하고 있으며, 수많은 정치세력과 각종 규제 속에서 힘겹게 몸을 비틀며 나아가야 하지요. 본질적인 문제로서 일반적인 기업은 원가가 상승하면 제품단가를 올리면 되지만, 병원은 원외조직에서 의료수가를 조절해주지 않으면 앉아서 적자를 쌓아가야 하는 상황에도 처할 수 있다는 불합리성이 있습니다. 어찌보면 우리나라의 수많은 사병들과 가장 유사한 입장 아닐런지요.

이런 상황의 병원이 살아나가려면, 그렇습니다, 생존의 문제입니다만 살아가려면, 결국 병원이라는 단어가 오롯할 수 있도록 품격을 지켜야 한다고 이 책에서는 주장합니다. 가장 본질적인 목표인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 그리고 치료에 있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뿐만 아니라 그 보호자에게까지 최고의 대우를 해 드린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역발상적이지만 병원이 버텨나가는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 하고, 그러기 위해서 병원의 임직원을 최고로 대우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한없이 불투명한 규제와 미래의 불확실성을 뚫고 내다보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책의 핵심적인 주제라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달성해야 할 것이냐, 책에서는 [정보의 공개]를 주장합니다. 우리 병원에서 몇 명이 의료사고를 당했는지, 환자분이 현재 어떤 질환상태이며 진료 플로우 상 어느 단계이신지, A라는 의사가 이렇게 진단했는데 진단에 승복 못하겠으면 얼마든지 다른 병원의 B라는 의사에게 조언을 들으실 수 있도록 의료정보를 제공하겠다던지. 그야말로 병원의 치부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정보를 모두 공개해버리자는 것입니다. 객관적이고 명료하게 병원의 실력을 까서 보여주자는 것이지요. 이를 통해 병원은 그 자신의 두 손이 절대적이 아님을 증명하면서, 동시에 그만큼 자신들이 피땀 흘려 노력하고 있음 역시 어필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우리는 우리가 걸린 질환 및 상해에 대해 100%의 치유를 희망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통계적으로 완치율이 100%가 되지 못하는 질환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럴 경우 수치적인 통계만 제시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병원과 그간의 모든 진료기록을 보여주면서 양해를 구하는 병원 중, 어차피 완치에 실패했을지라도 병원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게 남을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단지 의료비의 감소를 위해 의료수가만 낮추려고 드는 모든 정치인들과 그에 동조하시는 분들에게, 아마도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의료제도에서 보듯이 겉으로는 환자평등을 노래해도 제공되는 의료서비스가 빈약하면 국민에게 부담만을 줄 것입니다.(전게서, 153페이지)" 기업의 수입이 약화되면 연구개발이 감소하고, 연구개발이 감소하면 질낮은 상품이 제공되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이 한 극단이 사회주의 체제일 것입니다. 흉부 수술을 6시간 동안 집도한 의사에게 고작 5만 원~10만 원 가량의 수가가 계산되는 현실에서 의사는 5분~15분간의 진료로 2만원의 수가를 산출할 수 있는 전공으로의 전환을 동경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동기에 대해 비난하려는 사람이라면 먼저 그 자신이 현실을 인지하고 이를 변혁시키기 위해 일말의 노력이라도 보여 주었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