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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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은, 지난번에 말했던 대로 맥주에서 벗어나보는 내용입니다. 그 이름도 고급진 [와인]이지요.


공부를 따로 하거나 하지 않아서 잘 모르는 분야이고, 제가 묘사하는 부분들이 모두 맞는 건 아니겠습니다만... 이렇게 끄적여보면서 나름의 느낌을 느끼고, 또 그러다 보면 포멀한 표현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지기도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맛있는 와인을 찾아다니면서 마셔보기도 하는 거고....그렇게 자연스레 제 통장잔고는 카드사로 헌납되는 거겠죠?(먼산)


이번 주, 회사의 와인 동호회를 통해 접해본 와인들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모임을 가진 장소는 강남역 11번 출구(보다는 신논현역 4번 출구에 더 가까운)에서 안쪽 골목으로 한 블럭 들어가서, 신논현역 방면으로 쭉 걷다 보면 나오는 [스토리 오브 와인] 입니다. 일전 회사 선배님의 소개로 알게 되었고, 덕분에 여자친구와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고마운 장소입니다. 와인도 맛있고 사람들도 좋고 요리도 맛나고 분위기도 좋은, 제게는 딱 맞았던 곳이었습니다.


1. 실레니 쇼비뇽 블랑(Sileni Sauvignon Blanc)



[2014년 빈티지 입니다. 뉴질랜드 와인이라고 알아보기 편하게 적혀 있네요.]



[라벨 마지막에 보면, 우리나라에서 열린 와인 챌린지에서도 수상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도수는 12.0%이고요, 포도 품종은 쇼비뇽 블랑, 산지는 뉴질랜드 말버러이네요.]



[식품위생법에 의한 한글표시사항입니다. 입년월일 이라는 글자가 신기하네요.]


식전주입니다. 화이트 와인이네요. 첫 모금을 입안에 넣으면 특유의 스파클링이 느껴집니다만, 사이다라던가 탄산수 같이 입자가 굵은 것이 아닌 섬세하게 부스러진 탄산 알갱이? 같은 느낌이 혀를 감싸줍니다. 입 안이 굉장히 화사해지는 느낌입니다만, 동시에 아주 화려하다거나 고귀하다거나 하는 그런 느낌은 받지 않았습니다. 비유하자면 중소 도시의 시장 관저에 고풍스럽게 걸려 있는 샹들리에 같은 느낌, 딱 그 정도의 화려함이 느껴집니다. 분위기로 보자면 예전에 봤던 영화 중 2014년도에 개봉한 [미녀와 야수] 에서, 영락한 고궁의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알코올의 느낌이 확 올라온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술] 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주는 맛입니다. 특히 입 안에 머금고 있을 때보다 목으로 넘긴 이후의 맛이 각별한데요, 혀 양끝의 미뢰를 부르르 일깨우는 듯한 탄산의 잔향과 새콤한 풋사과의 맛이 느껴짐과 동시에 굉장히 식욕을 북돋워 줍니다. 과실향은 농익었다기보다는 아직 덜 익은 청량감을 주는데요, 풋사과일지 덜 익은 꽃대추일지 싶은 맛입니다. 심지어 오픈 후 바로 마신 것이 아님에도 풋풋함이 있는 게 신기했구요. 아울러 마신 후 기분 좋게 몸을 덥혀주는 느낌도 참 좋았습니다. 무언가 따스하게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식전주로서 참 좋은 와인이었습니다.



2. 호노로 베라 가르나챠(Honoro Vera Garnacha)



[강렬한 느낌의 라벨입니다. 상남자 같은 느낌이 보이네요. 품종은 가르나챠 입니다.]



[다른 쪽 면입니다. 색감도 화려하고 흑백의 배경과 잘 어울리네요.]



[2013년 빈티지이고, 도수는 14% 이며, 스페인 와인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두 번째 와인입니다. 첫 모금은 후추향이라고 해야 할까요, 살짝 스모키하다 싶습니다. 하지만 잠시 뒤 과일맛이 확 퍼지는 느낌이고, 생각 외로 굉장히 달게 느껴집니다. 물론 바로 마신 첫 잔부터 그런 건 아니었지만 10여 분 정도 이후에 마시니 굉장히 즐겁게 마셔지는 와인이었습니다.


실레니와 비교하자면, 주저하는 듯 혹은 튕기는 듯 새침하게 다가오는 것이 실레니라면 호노로 베라는 부드럽게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안겨드는 맛입니다. 잘 만들어진 농도의 푸딩을 먹는 듯한 부드러움이 느껴지고요. 그러면서도 설탕 같은 텁텁함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입 안을 상큼하게 띄워 주는 여운을 남기고, 고기를 부르는 맛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같이 먹는 고기라면 기름이 적당히 있는 돼지고기라던가, 혹은 생선류로 보면 연어랑 같이 먹어도 참 맛있을 듯했습니다.



3. 라가 드 베자나(Lagar de Bazana)



[예술 작품으로 추정됩니다. 어느 화가의 것일까요? 피카소와 고갱의 느낌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2012년 빈티지, 품종은 까베르네 소비뇽 입니다. 칠레 와인이구요. 알토 카차폴은 칠레의 지명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액자에 걸린 하나의 작품을 보는 것처럼 단정하고 또 정제된 모습입니다. 



[레드 와인, 도수는 14% 입니다.]


이 날 마셨던 마지막 와인입니다. 배운 대로 입 안에 넣고 공기를 호로록 들이마셔 굴려 보고 처음 연상한 것은 이상하게도 기아차의 중형 세단인 K5였습니다. 신형 소나타 혹은 아반떼 같다고나 할까요. 하나의 완성된 요리를 먹는 듯한 느낌. 동시에, 최상품의 그것은 아니다 라는 느낌. 하지만 뭔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섣불리 손을 댔다가는 전체의 밸런스를 깨뜨릴 듯한 완성감이었습니다. 완성도와 한계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와인이어서 참 신기했어요.


분명 술임에도, 알코올과는 다른 무언가가 입안을 감싸줍니다. 편안하면서도 단단한 감각을 주는 운전석에 착 들어앉은 느낌. 어디선가 접해봤다 싶은 느낌을 선사합니다. 평안함과 안정감이라고 할까요. 굳이 곁들일 다른 음식이 필요치 않은, 오로지 이 와인만 마셔도 될 것 같다는 안락감을 선사해 줍니다.


오래 전부터 명망 있던 기사 가문이었으나 이미 쇠락해 버린 그 후예들 중, 나름의 포부와 이를 이룰 수 있는 적당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 두어 가지 퀘스트를 클리어한 듯, 앞으로 힘차게 벋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한 와인입니다. 분명 그 뒤는 지금보다 더 창대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하는 맛을 보았습니다.


차갑게보다는 상온의 적당한 온도에서 마시면, 점차적으로 그 외연을 넓혀가는 맛을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몇달 간 모였던 회비를 이용한 것인지, 참 맛있고 좋은 와인을 많이 마셔볼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비록 다음 날 출근을 해야 되었던 점은 참 슬펐지만요. 이 자리를 빌어, 이런 좋은 경험을 하게끔 도와 주셨던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스토리 오브 와인의 사장님, 충실하게 서빙해주시고 막간을 이용하여 재미난 이야기와 정보를 전달해 주셨던 직원분들, 와인동호회 회장님과 총무님을 비롯한 모든 회원분들, 그리고 와인동호회를 제게 소개해 주었던 저희 선배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음 번 모임에도 훌륭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만 마칩니다.

또한, 다음 주 토요일(`15.9.26)은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 연휴의 시작인 만큼 전통주를 마셔보는 시간을 갖고 싶은데 잘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