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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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Daum 에서 가져왔습니다.]

학교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 다음 주제가 올라왔었습니다. 대학도서관에 비치된 취업 관련 서적(특히 자격시험, 각종 공무원시험 등)에 직접 문제는 푸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대개 TOEIC이건 시험이건 책을 빌린 것이면, 그리고 굳이 문제를 풀어야겠으면 당연히 연습장을 놓고 문제의 답만 적는 것 아니었던가요. 답안지랑 연습장만 비교하면 어떤 걸 틀렸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물론 틀린 문제를 다시 보기 위해서는 열심히 해당 페이지를 찾아가야 한다는 귀찮음은 있습니다만, 그러한 걸 감수하기 싫으면 직접 돈 내고 책을 사야 하겠지요. 아니면 적어도 빌린 책을 제본을 하던가.(제본의 경우 자기 혼자만 보겠다는 생각이라면 저작권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관련 글에 여러 댓글이 달리면서 저러한 사람들을 성토하는 와중에 [미학 오디세이]라는 책 제목이 나타났지요. 요즘은 개정판으로 나왔지만, 과거 미학오디세이 초판본에는 각종 모빌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에 갓 들어갔던 시기, 어머니께서 아프셔서 잠시 외갓집에 있었는데, 그때 대학원생이었던 막내삼촌의 책장에 세 권이 꽂혀 있었지요. 심심함에 몸을 비비 꼬면서 서가의 책을 하나하나 공략하던, 그러느라 심지어 수지침 요법이라는 책까지 읽고 사람의 왼손으로 고릴라(영장류를 표현하고 싶었겠지요)를 나타내었던 - 엄지가 머리, 검지와 소지가 팔, 중지와 약지가 다리가 되는 모양이었죠 - 것에 신기해했던 제게 종이공작이 가능한 옵션이 달려있던 이 책은 책의 내용을 떠나서 괜찮은 책으로 기억되었습니다. 뭐, 미학이 뭔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면 슬픈 현실이겠지요. 나중에 개정판을 다시 읽었는데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머리털자리라는 책을 설명하면서 왜 미학 오디세이까지 나오느냐, 위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표지가 참 낮익게 만들어 주었거든요. 괴델, 에셔, 바흐였나..미학오디세이 3권 중 한 권에는 저러한 그림들이 여럿 나옵니다. 전문용어로 뭐라 하는지는 모르겠네요. 시선으로 계단을 밟아 올라가다 보면 어느 새 물리법칙 따위는 무시하고 계단을 내려와 있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흥미로운 일입니다. 평면으로는 뫼비우스의 띠, 입체로는 클라인 어쩌구의 병이라고 했던데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클라인슈테른이었나 클라인펠트였나. 적고 보니 둘 다 게르만 계열의 이름이네요.

머리털자리라는 것이 실존하는 지 전혀 모르고 있었고, 번역자가 이세욱 - 잘 알려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저술을 번역한 사람. 이 분의 번역 덕분에 베르베르의 책이 한국에서 유명세를 탔다더라..하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지요. - 이라길래 오, 시공을 넘나드는 우주의 방랑자들이 과거 페니키아 인들이 그래왔듯 새로이 별자리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인가 보다! 라고 생각하고 덥석 집었지요.

그런데 아니 이런. 과거 최초로 지구의 둘레를 계산해냈다고 알려진 에라토스테네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의 실망감이라니. 게다가 왕가의 상투적인 분쟁 - 왕권을 무너뜨리는 빌미는 대개 왕 자신이 만든다 - 이야기도 그닥 흥미롭지는 않았습니다. 중간중간 넣은 연애사 역시 저랑은 그닥 관련있는 분야가 아니라..잠시 눈물 좀 닦고 올게요.

하지만 상당히 두툼한 책을 끝까지 보게 만든 건 묵묵히 자기 할 일을 다하는 등장인물들과, 알렉산드리아에서 시에네까지의 여정 동안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신화, 전설 이야기였습니다. 극중 테오가 기록해 나가는 이야기들은 하나하나가 이미 완결된 책으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도 있는 내용들이었지요. 이집트 신화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릴 적 읽었던 것을 다시금 보는 재미가 괜찮았습니다. 작가는(이 작품이 거의 유작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네요. 원작자 분은 지금 세상에 안 계십니다.) 지리할 수 있는 이야기를 끈끈하게 풀어가는 재주가 있던 듯합니다. 

가장 정확하게 측정한 지구 둘레가 40,000.27km인데, 당시 측정된 길이가 39,600km. 사람의 보폭이라는 말도 안 되게 부정확한 기준을 가지고 쟀다는 점과, 당시와 지금의 각도 측정기술의 차이, 마지막으로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를 완벽한 구체라 가정했지만 실제로는 약간 납작한 회전타원체에 가깝다는 오차를 모두 감안하면 그야말로 신의 손길로 나온 답안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 신이 어느 종교의 신인지는 중요하지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