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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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와인 벙개에 참석해서, 역시 오래간만에 남기는 여러 와인 포스팅입니다. 역시 와인은 혼자 마시는 것보다 여럿이 마시는 것이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광복절 전날 저녁 판교에서 있었던 모임이었구요, 본래는 이 와인 말고 킬리빙빙 이랑 루이 자도 샤블리가 있었지만 사진이 없는 관계로 남기지 않겠습니다 ㅠ_ㅜ(오늘 출근을 했기 때문에, 느긋하게 즐기지 못해서 아쉬웠을 따름입니다.)



첫 번째 와인은 쉬르 다르크, 버블 넘버 원 프리미엄 2014 빈티지(Sieur D`arques, Bubble No.1 premium 2014) 입니다. 적당하고 무난하고 좋은 웰컴 드링크이죠. 리무(Limoux) 지방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며, 일설로는 돔 페리뇽 수도사보다 훨씬 예전에 해당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었노라 라고 한다고 합니다. 샤르도네와 슈냉 블랑이 블렌딩된 것이라고 하네요.


새콤새콤 산뜻산뜻한 뉘앙스 뒤로 고소한 느낌이 살짝살짝 따라붙습니다. 맛에서는 묵지근한 알코올감과 청포도맛이 지배적이어서 순간 모스카토? 라는 생각까지 들었었지만, 그러한 달큰함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산미가 상당히 과도한 느낌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방 사그라드는데, 이름이 버블 넘버 원이어서 그런지 뱃속에서도 묵직하니 탄산감이 그득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습니다. 분명 와인을 마셨지만 기포 많은 맥주를 마신 느낌을 받았지요.



두 번째이자 메인 와인은 키슬러, 트렌톤 로드하우스 빈야드 2010 빈티지(Kistler, Trenton Roadhouse Vineyard 2010) 입니다. 샤도네이 100%로 만들었지요. 트렌톤 로드하우스 빈야드는 키슬러의 테이스팅 룸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나파밸리의 서쪽에 있는 산타로사에서도 상당히 서쪽입니다.


볶은 참깨향과 노곤하니 녹진한 달큰함에 각종 견과류향, 그리고 묵직하니 가라앉지 않도록 치고 올라오는 약한 패트롤향에 박하향이 툭툭 나타납니다. 바닐라 빈, 무염 버터의 느낌도 올라오고요. 분명 견과류 기름의 무거운 향이 올라옴에도 전체적인 노즈는 새큼하고 새초롬한 모양새가 잡히는 것이 스테인리스 스틸과 대리석으로 깔끔하게 정돈한 부엌의 인상을 줍니다. 잔에서 스월링하고 나면 쟁글거리듯 알콜감이 튀어올라서 살짝 점수를 깎게 되네요.(과하진 않습니다.)


입안에서는 익히 아는 그대로... 바닐라와 견과류와 사과주의 산미, 금속질과 바다내음이 묻어나는 미네랄리티가 조화로이 어우러드는 맛입니다. 이 날 마지막까지 남겨뒀지만 향은 그대로 가는 반면 잔에서 1시간 반 정도 되니 맛이 풀죽더군요. 잔에서 오래 버티는 맛은 아닌 듯합니다. 



세 번째 와인은 아바디아 레투에르타 셀렉시옹 에스페시알 2012 빈티지(Abadia Retuerta Seleccion Especial 2012) 입니다. 스위스의 제약회사 노바티스(글리벡이라던가 페마라라던가 산디문이라던가... 요즘 많이 접한 약제명들이 다 여기거였네요...)에서 인수한? 설립한? 스페인 와이너리인 아바디아 레투에르타에서 나온 와인이라고 하며, 템프라니요 중심에 까베르네 쇼비뇽이랑 시라가 블렌딩되어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첫 노즈에서는 템프라니요 향이 굉장히 약하게 느껴지고, 까맣고 윤기나는 껍질을 가진 딱정벌레가 연상됩니다. 과실감과 향기들이 꼭꼭 숨어있는 뉘앙스라고 할까요. 시간이 갈수록 녹진하게 풀리면서 달큰달큰한 템프라니요 느낌을 살려줍니다. 의외로 무겁지 않은 채 홀짝홀짝 하기 좋은 와인이었습니다. 다만 뽕따보다는 시간을 두고 열어서 마시는 것이 나을 듯했으며, 뒷심은 약하기 때문에 섣불리 디캔팅하다가는 훅 늙어버릴 듯했습니다. 디캔팅을 할 바엔 차라리 잔 브리딩을 잠시 해두었다가 마시는 것이 나을거예요. 



네 번째 와인은 투 핸즈 릴리스 가든 시라즈 2012 빈티지(Two Hands Lily`s Garden Shiraz 2012) 입니다. 투 핸즈라는 와이너리에는 라인업으로 플래그십 시리즈(신들의 이름을 따서 만든 와인. 아레스, 아프로디테, 에우로파, 아드레스티아), 그 다음으로 싱글 빈야드 시리즈(야카 블록, 윈드밀 블록, 시크릿 블록, 코치 하우스 블록), 그 다음이 가든 시리즈, 픽쳐 시리즈 등으로 있습니다.


향은 묵직하니 달큰하면서도 뭔지 모를 둔탁한 느낌, 불곰의 등판 같은 뉘앙스를 줍니다. 무언가 견실하면서도 탄탄하고 역동적이라고 할까요. 후반부로 갈수록 향은 가벼워지면서 초콜릿, 스파이시함, 녹색 담배잎의 뉘앙스가 나타납니다.


입에선 첫 모금에 블랙베리류의 과실을 베어문듯한 느낌이 나고, 바윗돌 같은 짠맛과 달큰함과 묵직함에 유칼립투스 혹은 민트향이 어우러들면 복합미를 전달합니다. 후반부로 가면 블렉베리류의 맛은 점차 레드베리 쪽으로 넘어가네요.



다섯 번째 와인은 쁘티 기로 2010 빈티지(Petit Guiraud 2010) 입니다. 하프보틀이죠. 소떼른 특유의 고혹적인 달큰함이 치고 올라온 뒤 허브향과 어우러듭니다. 입술에서는 올리브유인지 싶은 유질감에 밝고 경쾌한 마무리를 보여주며 견과류, 우유, 바닐라, 그리고 약한 새콤함이 버무러들면서 마지막엔 참기름 류의 고소함으로 입안을 정리합니다. 약간 과하다 싶은 견과류 느낌은 상대적으로 키슬러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