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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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을 달리기 위해 와인모임에 참석했습니다 +_+ 본 포스팅의 카테고리는 1주일에 한번쯤 마셔보는 새로운 음료인데, 빈도로 보나 주종으로 보나 매일 마셔보는 새로운 와인으로 이름을 변경해야 하나 고민이 되네요 ㅋㅋ



첫 번째 와인은 일 보로 라멜레 2015 빈티지(Il Borro Lamelle 2015) 입니다.


IGT 라고 되어 있는게 무얼까 하고 찾아봤더니 이탈리아 와인 등급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DOCG : Denominazione diOrigine Controllata e Garantita

DOC : Denominazione d'Origine Controllata

IGT : Indicazione Geografica Tipica

VDT : Vino da Tavola


로 등급이 나누어진다고 하는데, 무언가 맛을 보증한다거나 한다기보단 해당 등급이 지정하는 요건을 충족하였느냐의 여부 정도로만 이해하면 될 거 같다고 생각해봅니다. 물론 어느 정도 맛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보르도의 그랑 크뤼 등급이라거나 부르고뉴의 마을단위, 밭단위 이런 식으로 파고들어가는 느낌과 다르게 DOC등급인데도 DOCG보다 더 맛있고 이런 넘나드는 차이들이 훨씬 큰 거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물론 아직 이탈리아 와인을 덜 마셔봐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첫 향은 지난 2015년 방문했던 카프리 섬의 피제리아에서 마신 스푸만테의 느낌, 대놓고 이탈리아 흰둥이야! 라고 외치는 듯한 향기입니다. 볼륨이 크지 않지만 나름 높다랗게 지어올린 목조건물의 뉘앙스라고 할까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알콜감이 치밀듯 올라오지만 역하다거나 거부감이 들진 않고, 위의 목조 건물에 빼곡이 유리창, 색이 입혀지지 않은 스테인드글라스를 채워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까슬거리는 것이 유리를 핥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잔에서 점차 녹진녹진해지면서 꿀향이 감돌지만 더 이상 진해지지는 않는 느낌이었고, 입에 넣으면 아니나다를까 괴리감이... 향은 세상 새초롬한데 입안에서는 푸근하니 굴러다니는 강아지 느낌입니다. 그러다가 목으로 넘기면 뒷맛으로 알콜이 묵지근하니 치고 올라오고, 용과 같은 맛으로 마무리가 되네요. 좋은 식전주였습니다.



두 번째 와인은 퀘르체고뻬 페트라 2009 빈티지(Quercegobbe Petra 2009) 입니다.


코에 가져다 대자마자 화장품 매장, 일전 세포라에 들렀을 때 났던 느낌이 한가득 올라옵니다. 립스틱 같은 향기라고나 할까요? 복합적인 향신료 향인 것 같으면서도 인공적인 느낌이 순간 듭니다. 이후 약간 고릿하면서도 녹진한 초콜릿 뉘앙스가 뒤를 받쳐주고 잘 손질된 가죽 같은, 잘만든 가죽지갑 같다고 해야할지 싶은 향이 올라옵니다. 스월링을 살짝 하면 잘 만든 프랑스 메를로 같은 부케가 벙글벙글 잔을 채우네요.


입안에서는 뭉근하니 폭신폭신한 느낌. 한 모금을 머금고 눈을 감으면 세상 푸근한 짙은 보랏빛 침구에 몸을 던져둔 듯한 느낌이 올라옵니다. 약하게 산미감이 있지만 전체적인 뉘앙스를 해치는 정도는 아니고 그저 식욕만 살짝 돋우어주는 정도이고, 그럼에도 목넘김 이후 따라붙는 알콜감은 녹녹하진 않아서 마구 마시기엔 어려울 듯합니다.


한참 남겨두었다가 다시 향을 맡으니 초콜릿향이 빵빵 나오는 것으로 마무리.



세 번째 와인은 테누타 세테 폰티 크로놀료 2008 빈티지(Tenuta Sette Ponti Crognolo 2008) 입니다.


멜롯을 마신 뒤 산지오베제-멜롯 블렌딩을 받아서 그런가, 코를 가져다대니 향이 버블처럼 피어납니다. 페트라의 향이 그릇에 잔잔하게 담겨 있는 수프같아서 가까이 가야 향을 맡을 수 있었다면, 크로놀료의 향은 수프가 보글보글 끓고 있어서 향이 툭툭 튀어오르는 듯했어요. 왜인지 모를, 장류에서 느낄 수 있는 고릿한 향과 푸근함이 어우러들어서 방금 찾아봤더니 테누타 세테 폰티에서 가장 오래된 밭인 비냐 델 임페로(1935년에 개간되었다고 합니다.)에서 자란 산지오베제를 써서 그랬으려나 싶기도 합니다.


튀어오르던 느낌이 점차 잔에서 가라앉으면 뒤이어 산미가 댕글댕글 올라오고 향은 점점 좋아집니다만 이 정도가 되면 입 안에서는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는 시간인 듯했습니다.


첫 맛은 입안에서 짜글짜글. 작은 자갈들이 굴러다니는 듯한 미네랄리티가 가득합니다. 약간 오버칠링 탓이 아닌가 싶은데 금방 가라앉고, 물기 많은 연못의 느낌이 연상됩니다. 시간이 갈수록 온도도 올라가서 그런지 까슬하던 미네랄리티는 점차 뭉근하기 연못가의 진흙처럼 되고, 석양 아래로 바라보는 흙밭이 연상됩니다. 밭이면 흙이지 흙밭이 뭔가.... 마시면서 적었던 노트를 보면서도 웃기긴 한데, 첫 뉘앙스가 너무 고생한 밭의 느낌이었다면 뒤에는 그 위에 건강한 영양분이 가득한 흙을 이불마냥 덮어둔 뉘앙스라서 흙밭이라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네 번째 와인은 테누타 세테 폰티 오르마 2008 빈티지(Tenuta Sette Ponti Orma 2008) 입니다.


카베르네 프랑, 멜롯, 카베르네 쇼비뇽 순으로 블렌딩되었다고 들은듯한 기억입니다. 품종은 보르도 블렌딩이지만 배합비가 다르지요. 첫 향은 니치 향수같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뭔가 모르게 인공적이고, 향기의 밸런스는 참 잘 어우러듭니다. 점차 잔에서 풀리면서 인공미는 사라지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전달해주고 묘하게 연근이 떠오릅니다. 크로놀료가 물기 많은 펑퍼짐한 연못의 느낌이었다면 오르마는 적당한 볼륨에 잘 관리된 연못같았어요.


입안에서도 짜글거리는 느낌은 전혀 없고, 자연스레 풀어진 흙향과 뿌리채소의 쌉쌀함 등이 어우러들면서 참 마시기 편안한 와인이다 싶었습니다. 입안을 푸근하게 만들어주고 기분마저 편안하게 다독여주는 듯했습니다.


이쯤부터는 슬슬 취기가 올라와서 그랬는지 잠시 와인을 놓아두고 열심히 안주를 집어먹었던 기억이네요 ㅋㅋㅋㅋ



다섯 번째이자 이 날의 메인 와인인 사시까이아 2011 빈티지(Sassicaia 2011) 입니다.


이탈리아의 슈퍼 투스칸이라고 이름은 엄청 들어봤지만 그러다보니 뭔가 거리감이 한참 느껴졌었던 와인입니다. 보르도 5대샤또 라고 하면 왠지 막 겁나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향을 맡은 순간 떠오른 건 벤츠 E 클래스였습니다. 그것도 최근의 삼각별을 넣은 라디에이터 그릴이 아닌 2013년도 이전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달고 있는 차량이 떠올랐어요. 완성도 있게 참 잘 만든, 그 자체로 안주라던가 마리아주를 잠시 놓아둬도 되게끔 만든 와인. 와인을 마시고 차량을 떠올렸던 기억은 2015년 9월에 라가 드 베자나 2012 빈티지를 마시고 느꼈던 것 이후로 참 오래간만인 듯합니다. 그 때의 기록을 되짚어보니 K5를 생각했었네요 ^^ 깔끔하게 잘 만들었지만 개선해야 할 점은 여기저기 보이고, 그럼에도 괜시리 손을 댔다간 이도저도 아니게 무너져 버릴 거 같았다고 기록했었습니다.


그 때에 비교해서 사시까이아는... 이미 완성되어 있다는 느낌은 동일하지만, 손을 대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던 기억입니다. 굳이 제 깜냥으로 무언가 손을 대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도 안될 거 같은 느낌. 올빈이 아니라서 아쉽다 싶은 정도는 있었고 그게 아마 E 클래스로 표현된 듯하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와인이 가지고 있어야 할 무언가는 전부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주었습니다.


고소한 향에 검붉은 과실의 향, 아직 잘 몰라서 무엇인지 모를 향신료의 향기가 살금살금 올라와서 가죽을 씌운 스티어링 휠이랑 좌석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전체적인 향의 구조감이 굉장히 뛰어나서 금속으로 만들어진 차량을 떠올렸던 듯합니다.


입에서는 의외로 산미가 굉장히 올라오는데, 이게 식초라던가 화이트와인의 그런 산미가 아니라 골격이 아주 잘 짜여진 산미라서 과연 이게 산미가 맞나 싶을 만큼 어우러들었습니다. 묘한 당미와 산미의 조화에, 전체적으로 절대 무겁지 않게 입안을 채워주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여섯 번째 와인은 파네세 에디찌오네 15(Farnese Edizione No 15) 입니다.


첫 향을 맡자마자 아 이거 그 마스카포네 치즈 들어가고 커피올린 그거인데......라고 생각하면서 아 그 음식 이름이 뭐지.....라고 한참 고민하다가 이게 알콜성 치매구나 슬슬 술을 마시는 양이나 빈도를 좀 줄여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입에 넣는 순간 티라미수 라는 단어가 딱 떠올랐던 그런 향에 맛도 묘하게 그런 맛입니다 ㅋㅋㅋㅋㅋ 티라미수가 바로 떠올랐어요.


코코아 향도 살짝 있고 치즈향에 커피향이 가미되어서 뭔가 입에선 단짠단짠의 느낌을 주고 참 괜찮은 맛이었습니다...만 사시까이아를 마시고 바로 다음에 서브되어서 그런지 큰 임팩트를 주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업장에서 잔을 2개밖에 세팅해주지 않아서(사실 2개도 업장 입장에선 많이 준 거라는 생각이지만요) 두 종씩만 받을 수 있었기에 더 아쉬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곱 번째 와인, 마지막 와인은 알레그리니 라 그롤라 2008 빈티지(Allegrini La Grola) 입니다.


색감이 굉장히 재미있는 아이여서 사시까이아를 마신 뒤였음에도 인상이 확 튀던 와인입니다. 첫 향이 꽤나 밀키하게 올라오다가 끓인 우유에서 거품 걷어내듯 걷어지고 나면 외양간? 혹은 마구간? 이 연상됩니다. 흙향에 약간 버섯향에 묘하게 고릿하니 숙성된 향, 애니멀한 향에 향신료 같은 느낌도 있고요. 순간순간 매캐하니 금속질의 미네랄리티가 치고 나오는 것이 말이라고 한다면 편자의 느낌, 외양간이라고 한다면 근처에 대장간이라도 있는 뉘앙스입니다.


입안에서는 뭐라고 해야 할지...참 직선적인 맛입니다. 나는 와인이다 라고 말하는 듯하다고 할지, 포도주 맛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무난하고 맛있게 술술 들어가는 맛이네요. 이쯤 되면 취했어서 기억이 없던 걸로 봐야 할듯합니다 +_+ ㅋㅋㅋ


특이사항이라면 마지막 모금을 마실 때쯤엔 건포도향이 솔솔 올라왔던 기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