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와인 모임에서 알게 된 형이, 출장을 다녀오면서 커피를 사다 주셨습니다^^ 작년까지는 간간히 커피도 마시고 했었다가 잠시 쉬었는데, 로스팅된 원두는 며칠 사이로 소진하지 않으면 향미가 빠르게 줄어든다는 걸 배운 뒤로는 얼른 마셔야 하겠더라고요.



코피 발리(KOPI BALI) 의 피베리(Pea Berry) 커피입니다. 노랗게 Bean 이라고 되어 있는 건, 그라인딩 되어 있지 않고 로스팅한 상태 그대로라는 걸 의미합니다. 피베리가 무엇인가 하고 찾아봤더니, 대개 커피콩은 한 쪽이 평평한(플랫 빈, Flat Bean) 상태인데 반해 피(Pea, 완두콩 ) 모양이어서 그렇다고 하네요. 실제로도 사진처럼 동글동글하게 생겼습니다.


포장을 뜯자마자 처음에는 오래 갇혀있던 로스팅 특유의 고소한 향기, 우드칩 같은 향기가 올라오다가 이내 새초롬하니 새큼새큼한 산미감 있는 향기로 바뀝니다. 시큼시큼한 거 아닐까 싶을 정도여서 신기했네요.


그라인딩하여 필터에 채우고 뜨거운 물을 살살 부으니, 거품이 보그르르 올라오며 고소한 향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단순하게 달고나 같은 설탕에서의 고소함이 아니라, 방앗간에서의 참기름 같은 농밀하고 진득한 고소함도 아닌, 그야말로 꼬숩다. 라는 표현이 맞을 듯하게 살금살금 퍼져나가는 고소함입니다. 어느 새 방 안을 가득 채우나 싶더니, 아까 맡았던 산미가 자기도 한 자리 차지하고 싶다고 같이 섞여 떠돕니다.


여름이니까, 그리고 예쁜 잔이 없어서 리델 오 글라스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오 글라스의 내열한계를 알 수가 없어서) 커피를 천천히 부으니 얼음 위에 올렸음에도 미세하게 크레마가 잡힙니다. 사각거리는 얼음의 날카롭고 쨍글한, 서늘한 기운 사이로 커피향이 살풋살풋 묻어납니다.


입 안에서는, 빈 속에 부은 얼음잔의 맥주마냥 쌉쌀한 맛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입술에서부터 목넘김까지는 매끄럽게, 걸리는 바 없이 혀를 감싸면서 내려가고 뒤이어 산미가 적절히 뒷받침을 합니다.


커피물을 약간 오버쿠킹한 듯한 아쉬움은 남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배워갑니다. 다음부터는 물은 조금 덜 뜨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