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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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마셨던 와인 이야기를 끄적끄적 올려봅니다^^



첫 번째 와인은 로이머 엑스트라 브뤼 젝트(Loimer Extra Brut Sekt) 입니다.


사과, 배, 복숭아, 청포도 느낌이 살아 있습니다. 기포감은 까바와 같이 묵직한 것이 아주 조밀하다거나 하진 않은데, 첫 잔의 온도가 꽤 높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입안에서도 배와 같은 뉘앙스가 가장 강렬했고, 복숭아 맛이 감돌다가 뒤이어 산미로 치고 올라옵니다. 온도 때문인지 입 안에서의 탄산감은 칠성사이다 같은 느낌으로 굵직하고 묵지근하게 다가옵니다. 많이 마시면 트림이라도 나올 듯했네요. 목넘김 이후의 뒷맛으로는 연한 치즈향에 이스트향, 그리고 살짝 갈변한 사과에서 나오는 즙과 같은 이미지가 연상됩니다.


온도를 조금 더 낮춘 뒤에 마신 잔에서는 훨씬 더 선명한 모습을 보여 주었으며, 기포감이 불꽃놀이처럼 입 안을 환하게 밝히고 금방 사그라드는 모습이었습니다. 혀와 입 안쪽에 화악 하고 채워주는 탄산감이 존재감을 금방 사그라들게 하면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모습이 아주 괜찮았네요. 처음의 묵직하던 기포가 어느 새 작게 자그락자그락거리는 수준으로 정리되는 것이 잘 만든 스파클링 와인의 느낌이었습니다. 


가장 마지막 모금을 넘긴 후에는 마치 연한 레드 와인에서 흐르는 탄닌처럼 쌉쌀함이 감돌아, 호불호가 가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아주 쓰다는 수준이 아니라, 밀크 초콜릿을 기대했는데 초콜릿의 함량이 생각보다 높아서 느끼는 카카오 특유의 쌉쌀함이라고나 할까요. 온도가 내려간 만큼 무게감도 가벼워져서 홀짝이기 좋아졌습니다만, 불꽃놀이로 묘사한 것처럼 한순간에 피어난 후 가차없이 꺾이는 모습은 살짝 아쉬웠습니다. 



두 번째 와인은 마히 바운더리 팜 쇼비뇽 블랑 2014 빈티지(Mahi Boundary Farm Sauvignon Blanc 2014) 입니다.


뉴질랜드의 말버러 지역 와인이지요.


향에서 이국적인 과실의 향기가 올라옵니다. 강렬한 패션후르츠 향기에 어우러든 리치향, 용과, 복숭아, 살구에 약한 시트러스가 받쳐줍니다. 라즈베리 느낌도 살포시 얹었고, 라임 뉘앙스도 조금 있습니다.


입 안에서는 과실감이 여전합니다만, 약간 얼씨하다고나 할지 모를 흙맛, 약간의 쌉싸래한 느낌이 포도줄기를 같이 넣어 만든 뉘앙스입니다. 전체적으로 과육이 통통한 과실의 느낌처럼 금방 녹진하니 유질감이 올라오면서 묵직하게 다가들지만 그렇다고 미국 샤도네이처럼 아예 고소한 느낌이라던가, 혹은 기름과도 같은 수준은 아닙니다. 약간 비오니에처럼 입 안에서 살짜쿵 떠있는 듯한 느낌도 받았네요. 



세 번째 와인은 브란까이아 뜨레 2013 빈티지(Brancaia Tre 2013) 입니다.


연한 과일향과 부엽토, 미끈하게 유영하듯 들어오는 메를로의 느낌이 마고 지역 와인 같기도 했습니다. 눅눅하고 착 가라앉은 낙엽들에 켜켜이 쌓인 탁한 보랏빛이 연상되었어요. 


하지만 입 안에서는 특별한 느낌 없이 무던하게 넘어가는, 마치 오페라에서의 인터미션 같은 별 임팩트없는 모습에 살짝 아쉬움이 남는 와인입니다. 



네 번째 와인은 뱅 퍼듀 2007 빈티지(Vin Perdu 2007) 입니다.


분명 30분 이상 병 브리딩을 했음에도 쨍쨍하니 강렬한 타닌감이 코부터 찔러들어오고, 입에 대지 말라는 신호를 정확하게 줍니다. 브란까이아와 섞여서 향이 살짝 더 아쉽다는 느낌도 받았네요. 향에서는 뭐랄까... 수국, 서늘한 하늘색과 보랏빛의 수국이 연상됩니다. 


시간이 넉넉치 않아 한 모금씩 홀짝이는데, 역시 강건하고 단단한 느낌이 지배적입니다. 그 사이사이로 살풋 풀려가면서 유질감이 급속히 늘어나는 것을 혀로 바로바로 느낄 수가 있었네요. 뒤이은 산미와 타닌감이 서로 나름의 조화를 이루긴 했습니다만, 역시 오랜 시간을 두고 잘 풀어서 마셨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은 남았습니다. 동일한 빈티지의 와인을 마신다면 최소 1시간 30분 전부터는 열어두지 않을까 싶네요.



다섯 번째 와인은 파 니엔테 돌체 2011 빈티지(Far Niente Dolce 2011) 입니다.


탄탄한 육각형 벌집, 꿀이 가득한 벌집이 연상되는 향기입니다. 샤또 쉬드로와 샤또 리외섹 중 비슷한 것을 고르라면 리외섹에 더 가깝지 않나 싶었네요. 과즙이 가득한 배, 바닐라, 과육이 부드러운 천도복숭아, 그리고 메론, 메이플 시럽의 느낌이 가미되면서 마지막에는 약하게 새큼한 포도향으로 마무리됩니다. 향의 뒤로 갈수록 꾹꾹 눌러담은 듯한 과일의 농밀한 향기가 어우러듭니다.


입에서는 시럽과도 같은 달큰함에 미묘한 짭쪼롬함이 어우러듭니다. 솔티 카라멜 같다고 할까요. 살짝 이국풍의 향취에 미묘하게 새콤함도 솟아납니다. 디저트 와인으로 아주 훌륭하게 잘 마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