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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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간 다니고 있는 와인샵에서, 작년엔가 재작년에 페블리의 와인을 엄청 사들였던 기억입니다. 꽤 많이 행사도 하고 그랬었고 중간중간 마셔보기도 했었는데 포스팅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도멘 페블리(Domaine Faiveley)가 있고 조셉 페블리(Joseph Faiveley)가 있는데, 페블리는 본래 네고시앙(메종. Maison)으로 시작했다가 여기저기 밭을 사들이면서 스스로의 와인을 만들어내는 위치가 되었고, 그럼에도 네고시앙으로서 주변의 포도를 사다가 만드는 라인업이 조셉 페블리라고 합니다. 메종이라고 안 붙이고 조셉이라고 붙인 건 그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조셉 페블리 부르고뉴 피노 누아, "에프 디 페블리" 2015 빈티지(Joseph Faiveley Bourgogne Pinot Noir, "F de Faiveley") 입니다. 12도로 낮춘 셀러에 있던 걸 바로 꺼낸 터라 잔에서도 병에서도 어릿어릿하니 수증기가 맺혔네요.


얼음이 낀 듯한, 혹은 안개가 낀 듯한 색상에, 다음번에는 셀러 온도를 조금 올려야 하나 싶지만 일단 마셔봅니다. 향으로는 부르고뉴 특유의 비릿한 피비린내, 혹은 차가운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풍겨나오는 선찟한 비린내가 올라오고, 뒤이어 아주 미세하게 단향이 감돕니다. 단햐의 뉘앙스는 아가들에게서 나는 젖내와도 같더라고요. 스월링한 후에는 미세한 우유향에 뒤이은 산미가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하고, 저릿한 알콜감이 뒤이어 올라옵니다.


입 안에서는 전형적인 피노 누아의 느낌. 입술에서는 짭짤하니 미네랄리티가 묻어나고, 입 안에서는 산미가 이리저리 뛰어놉니다. 어우 이정도면 과한 거 아냐? 싶어질 무렵 슬그머니 단맛이 뒤를 받쳐주다가, 아까 입술에서 느꼈던 짭짤함이 비집고 들어오네요. 일전 마신 메리 에드워즈 피노 누아가 떠오르지만, 거기에서 단맛 약간과 무게감 약간을 덜어낸 듯했습니다. 공산품의 뉘앙스가 느껴진다는 점에는 약간 감점을 주고 싶었네요.


한두 모금 마신 뒤 산미는 시트러스의 그것으로 수렴하면서, 점점 부드러워지고, 온도가 올라가면서 탈색되든 가벼워지다 사라진 산미로 인해 자칫하면 물마냥 밍밍해질 수 있는 틈으로 솜씨 좋게 오이같은 쌉쌀함, 미묘한 가죽맛이 치고 들어옵니다. 뒤이어 유제품에서의 은근한 고소함으로 마무리를 짓네요.


두 번째 잔은 온도가 훨씬 올라갔을 텐데, 여기에서는 아까의 시트러스한 향기에 과즙이 풍부한 과실감이 합쳐집니다. 묘한 것이 애니멀틱한 느낌도 함께하는데, 마치 목욕한 지 30분밖에 되지 않은 고양이를 부비부비할때의 느낌 같다고나 할까요. 입술에서의 미네랄리티는 상당 부분 완화되고 목 안쪽에서만 존재감이 나타나며, 입 안에서의 산미는 시트러스에서 점차 플레인 요거트가 발효되어 나타나는 새큼함으로 정리됩니다.


세 번째 잔은 이미 시음에 적합한 온도일 듯. 첫 노즈에서 순간적이지만 허브향, 애니멀향이 훅 끼쳐들어왔다가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입안에서는 다시 처음의 짠맛이 살짝 감돌다가 산미로 변환하고, 이쯤부터는 큼직하니 꿀꺽꿀꺽 마셔보는데 혀 끝으로 알싸하게, 마치 타닌감처럼 찌르듯 조여오는 미네랄리티가 인상적입니다.


네 번째 잔에서부터는 슬슬 취기가 올라오는지 노즈에서 알콜감이 강하게 올라오다가, 스월링하면 금세 가라앉고 과실향으로 정리됩니다. 입안에서는 여전한 산미와 짠맛.


마지막 잔(잔에 좀 듬뿍듬뿍 따랐습니다.)에서는 뜬금없지만 백도복숭아에서의 과실감에 비슷한 향이 올라오고, 입에서도 복숭아 맛이 살짝 느껴집니다. 


구매가격이 3만원 초반대였던 기억인데, 저렴하게 프랑스 피노누아를 마실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인 듯합니다. 살짝 올빈으로 마시면 맛이 또 다를 듯하다는 생각도 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