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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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6 에 마셨던 일곱 가지 와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와인 소개를 끝으로 그날 마신 와인에 대한 포스팅이 종료됩니다. 가장 좋았음에도 단독샷을 찍지 못하여, 전체샷을 올려 설명을 해야 할 듯합니다 +_+



왼쪽에서 다섯 번째, 오른쪽에서는 세 번째인 와인입니다. 하얀 라벨이 붙어 있구요, 자세히 보시면 2009년 빈티지임이 적혀 있습니다. 와인명은 샤또 데 자네로 라낭드 드 뽀므롤(chateau des annereaux lalande de pomerol) 입니다. 라랑드 라고 읽는가 싶었는데, 네이버에서 라낭드 라고 하네요 +_+ 프랑스어의 세계는 뭔가 어렵습니다. 아래에는 괄호 안에 지롱드(Gironde) 라고 적혀 있네요.


그냥 같은 뽀므롤인가 했는데, 알아본 바로는 뽀므롤과 라낭드 드 뽀므롤은 지역이 다른 곳이라고 합니다. 구글 지도로 검색하면(뽀므롤 이 아닌 뽀메홀 이라고 한글 표기를 해 줍니다.), D1089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남쪽이 뽀므롤, 북쪽이 라낭드 뽀므롤 입니다. 단순히 도로만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라 바흐반느(La Barbanne) 라는 작은 강이 흐르고 있어, 두 지역의 토양이 전혀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뽀므롤 남쪽으로는 그 이름도 유명한 셍떼밀리옹(Saint-Émilion) 이 있고요. 지도를 본 김에 더 보면, 셍떼밀리옹 지역 역시 작은 강(라 니오떼, La Niotte) 로 남북이 나뉘어 있습니다. 위아래의 구분이 있을지는 모르겠는데요, 특이한 점은 지도상으로 강의 발원지가 르 까데(Le Cadet) 입니다. 와인명으로 들어본 적 있는 지명이 지도에 나오니 뭔가 신기하네요. 이렇게만 보아도 신기한 것을, 와이너리 투어를 하는 기분은 어떨까 궁금합니다 +_+


와인 맛은, 첫 느낌은 쿰쿰한 느낌입니다. 색은 그간 제가 마셨던 와인들에 비해 약간 뭐라고 해야 할까요? 탁하다고 해야 할까, 혹은 파스텔 톤의 벽돌빛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오묘한 색상입니다. 향을 맡았는데도 머릿속을 굉장히 몽환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전지 반만한 사이즈의 하얀 종이를 깔아주는 느낌입니다. 주변은 보랏빛, 하늘빛 으로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되고요. 굉장히 차분하고, 향긋하지만, 절대 과장된 향이 아닌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향이었습니다. 잘 우려낸 녹차를 마실 때의 차분함을 준다고 할까요. 템플스테이를 하는 산 속 절간에서, 새벽녘 아침안개가 어려 있는 풍광을 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알코올이나 산미의 튀는 느낌은 전혀 없고, 입 안에서는 방금 따낸 적포도의 과즙 같은 여리여리한 맛을 전해 줍니다. 그러면서도 향에 비해 맛은 굉장히 연했고요, 마치 온통 푸른 빛깔이 가득한 연꽃밭이면서, 아주 가끔씩 피어있는 연한 분홍빛의 연꽃들이 보이는 느낌입니다. 물안개가 피어있는 장면이고, 약간 공허함마저 느껴진다고 할까요. 특별하고 강렬하게 다가오는 임팩트가 없습니다만, 그렇기에 허락만 된다면 한 병이고 두 병이고 홀로, 호록 호록 마시고픈 와인이었습니다.


대개 와인은 여럿이 함께하면 즐거운 법이지만, 적어도 이 와인만큼은 창가에 부슬부슬 부딪혀 오는 빗방울, 혹은 눈송이를 바라보면서 오롯이 양초를 켜 두고 음미하고 싶었습니다.


비유하자면, 마리아쥬 프레르 의 웨딩 임페리얼을 아주 연하게, 장시간 냉침한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