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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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목요일에 시음회가 있었습니다. 참가비 10,000원에 8종의 와인을 시음해볼 수 있는 기회였고, 리스트 중 97빈티지에 07, 08빈티지도 있었기에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신청했었지요. 결과적으로 참 좋은 자리였었습니다. 이 정도로 시음한다면 주중에도 충분히 참석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네요 ^^



첫 번째 와인은 앙드레 끌루에 실버 브륏 나뚜르(Andre Clouet Silver Brut Nature) 입니다.


[와인서쳐 해평가 없음]


갈변, 혹은 산화한 사과 같은 향이 올라옵니다. 푸릇한 사과라기보단 이미 발효의 단계로 넘어간 사과같은 느낌이라 약간 꼬릿하기까지 하네요. 기포는 그리 강하거나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색감으로도 노란 색이 강하고, 향에서는 과실의 달큰한 향이 많이 올라오네요. 초파리가 좋아할 것 같은 향입니다.


입에서는 그래도 샴페인... 입안에서의 기포감은 꽤나 섬세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달달한 맛은 입 안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고 산미가 방글방글 튑니다.



두 번째 와인은 도멘 필립 샤를로팽 부르고뉴 블랑 2014 빈티지(Domaine Philippe Charlopin Bourgogne Blanc 2014) 입니다.


[와인서쳐 해평가 35,865원]


자그마한 꽃들로 이루어진 꽃밭 혹은 꽃다발이 연상됩니다. 소국이라고나 할까요. 일전 샤를로팽의 본 로마네 2014 빈티지를 마셔봤을 때 느꼈었던 미묘한 꼬릿함과 복합미가 블랑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향의 끝자락에서는 미국 샤도네이처럼 약간의 버터리한 느낌도 있네요.


입안에서는 역시나 특유의 꼬릿함에 버터리함이 이리저리 굴러다닙니다. 그럼에도 산미가 받쳐주기 때문에 준수한 맛을 보여주고요. 시음회를 진행했던 가게에서 43,000원에 판매하고 있어서 두 병 사왔습니다.



세 번째 와인은 베를린 리슬링 슈패트레제 1997 빈티지(BERLIN Riesling Spatlese 1997) 입니다.


[와인서쳐 해평가 없음]


베를린, 리슬링, 슈패트레제 라는 일반명사에 가까운 단어의 조합이라서 그런지 와인서쳐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고, 구글에서도 찾으려니 엄두가 안 나는 조합입니다. 향으로는 패트롤 향이 치받치는데, 최근 리슬링을 딱히 마시지 않았어서 더 감수성이 높아져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입안에서는 청포도맛과 사과맛이 감돌고, 균형미 있는 달달함이 올라옵니다. 뒷맛으로는 치즈라고 할지, 고르곤졸라 피자라고 할지 모를 꼬릿함이 살짝 올라오는 게 올빈은 올빈이구나 싶었네요. 달달한 맛만 있었다면 의문부호였을 와인의 맛에 복합미와 원숙미를 가미해준 것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네 번째 와인은 루이 자도 샤또 데 자끄 물랭 아방 2012 빈티지(Louis Jadot Chateau des Jacques Moulin-a-Vent 2012) 입니다.


[와인서쳐 해평가 26,898원]


가메이(Gamey) 품종으로 만든 보졸레 와인입니다. 보졸레 그랑 크뤼라고 들었습니다. 첫 향은 가벼우면서도 꼬릿하게 올라오는 게, 보졸레 누보랑은 전혀 다른 뉘앙스입니다. 피노 누아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네요. 녹진하고 고릿한 향 뒤로 산미감이 올라오고, 덴버 껌 같은 약간의 인공적인? 뉘앙스도 있습니다.


입 안에서는 보졸레는 보졸레다...라는 생각이 드는 게, 완전히 물탄 듯한 혹은 물빠진 듯한 맛입니다. 포도 헹군 물 같다고나 할까요. 산미는 있고 타닌감도 있는데, 흙으로 만든 벽을 마주한 듯한 흙맛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어쩐지 루이 자도는 몇 번 마셔 봐도 딱히 좋은 기억으로 남질 않는 듯합니다.



다섯 번째 와인은 실레니 익셉셔널 빈티지 혹스 베이 멜롯 2007 빈티지(Sileni Exceptional Vintage Hawke`s Bay Merlot 2007) 입니다.


[와인서쳐 해평가 85,179원]


실레니는 쇼비뇽 블랑만 마셔보긴 했는데, 해당 와이너리에서 멜롯이니 피노 누아니 몇 가지가 나온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약간 기대는 했었는데... 향에서는 꽤나 고급스러운 향이 올라오지만, 왜인지 인조가죽 같은 느낌이 납니다. 고급은 고급인데 한계가 명확한 고급이라고나 할까요. 가죽향이 팍팍 올라오는 건 약간 이탈리아 느낌도 있습니다.


입안에서는 쨍글하니 돌아다니는 게 영빈 미국 멜롯의 느낌이 납니다. 뒷맛으로는 쌉쌀한 감이 꽤나 세게 치고올라오는 게 덜 열렸어서 그랬으려나 싶기도 하고, 플라스틱 같은 인공미가 살짝 감돌기도 합니다. 브리딩을 한다면 꽤나 놓아둬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다음 번에 마시게 된다면 오랫동안 놓아두고 변화를 관찰해보고 싶은 와인입니다. 무언가 더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확인하지 못해서 아쉬웠네요.



여섯 번째 와인은 코노 수르 '엘 레쿠르소' 싱글 빈야드 블록 18 까베르네 쇼비뇽(Cono Sur 'El Recurso' Single Vineyard Block 18 Cabernet Sauvignon) 입니다.


[와인서쳐 해평가 17,932원]


민트향이 뿜뿜 솟아오릅니다. 이후로 약한 애니멀향에 뿌리채소 같은 달큰쌉쌀한 향기가 더불어 올라오고, 마지막에는 고양이 오줌 냄새 같은 느낌도 섞여서 나네요.


맛에서는 무난한 레드 와인의 맛입니다. 뭐라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딱 마시기 좋은 칠레 와인의 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냥 무난한 맛입니다. 그러면서도 영한 느낌이 살짝 보이네요. 첫 입에서는 타닌감이 꽤 강하게 치고 올라오지만 시간이 갈수록 부드러워지는 것이 좋은 반주가 될 듯했습니다.



일곱 번째 와인은 상파올로 타우라시 리제르바 2008 빈티지(SanPaolo Taurasi Riserva 2008) 입니다. 


[와인서쳐 해평가 없음, 전 빈티지 해평가 32,876원]


이탈리아 캄파니아 지방의 와인이며, 품종은 알리아니코(Aglianico) 라고 합니다. 캄파니아 지방이 어딘가 하고 봤더니 나폴리와 카프리, 즉 베수비오 산의 인근 지역이네요. 품종명을 보니 농경과 연관이 있을 듯한데 위키백과에 찾아보니 발음으로는 ㄹ 발음이 거의 ㅎ 발음이 되어야 하고(어 이거 프랑스 식인데...), 옛날 그리스에서 넘어왔다고 합니다. 화산 폭발로 풍요로워진 토양에서 잘 자랐다는 식으로 끼워맞추기를 해 봅니다.


둥글게둥글게 타닌감이 코 안을 간질입니다. 타닌감이 있는 건 맞는데, 삐죽삐죽 튀어나오지 않고 둥글둥글한 모습이네요. 고소함에 산미가 같이 올라오면서 꽤나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이탈리아 와인들이 참 그래요. 향으로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와인인것처럼 보입니다만 가격대가 낮을수록 향과 맛의 괴리감이 벌어지지요.


이 와인도 아니나다를까... 입에서는 영, 산미랑 짭짤함이 바글바글거리면서 미세한 가죽맛을 남깁니다. 시간을 두고 마시면 조금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홍합 파스타 이런 거랑 먹으면 어떠려나 싶긴 한데 딱히 두 번 마시고 싶다는 느낌은 들지 않네요. 물론 시음회에 나온다면야 한번쯤 더 마셔볼 의향은 있습니다 ^^



여덟 번째 와인은 본래 시음회라면 마데이라가 나와야 하는데, 신기한 와인도 많이 마셨고 맛난 거 마셔보고 싶어서 주문한 텍스트북 까베르네 쇼비뇽 2014 빈티지(Textbook Cabernet Sauvignon 2014) 입니다.


[와인서쳐 해평가 32,876원]


달큰한 칡뿌리 같은, 달달하고 쌉쌀함이 같이 감도는 향기입니다. 굉장히 조화로운 향을 보여주면서 나파 밸리 까베르네 쇼비뇽의 한 정석 같은, 그래서 교과서라는 이름을 붙였나 싶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입안에서도 달큰쌉쌀하고, 검붉은 과실의 과육과 과즙이 흐르는 듯한 맛. 뒷맛도 딱 떨어지는 맛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일전 연남동 근처의 라 룬 비올렛(La Lune Violette)에서 마셨을 때도 맛나게 마셨었는데 변함없는 모습 역시도 교과서(Textbook) 같네요.



아홉 번째 와인은 텍스트북을 마신 뒤 옆에 계신 게스트분께서 추가 주문하신 케이머스 빈야즈 까베르네 쇼비뇽 2014 빈티지(Caymus Vineyards Cabernet Sauvignon 2014) 입니다.


[와인서쳐 해평가 85,179원]


첫향에서 우유향이 올라옵니다. 락틱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포도향이 아까의 보졸레 그랑크뤼와 비교하면 한참 깊은 듯한 향기가 올라오고, 텍스트북이 달큰쌉쌀함으로 툭툭 튀는 향이라고 한다면 락틱의 영향인지 둥글둥글하니 감싸여 있는 듯한, 녹진한 향기가 반겨줍니다. 갑자기 한 템포 깊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향기가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입안에서는, 첫 맛은 뾰족하니 들어오지만 뒷맛으로 착 가라앉는 모양새가 주탑 옆으로 주변에 회랑을 가지고 있는 대성당이 떠올랐습니다. 림에서는 보랏빛이 꽤나 강렬했는데 맛에서는 마치 올빈처럼 노곤하고 녹진하니 감겨들어오는, 스며들어오는 듯한 맛이 훌륭했네요. 케이머스는 국내 수입이 되기 때문에 해당 와이너리 테이스팅을 안 했었는데 다음번에는 가봐야 하겠습니다.



열 번째 와인은 케이머스까지 마신 뒤 흥에 겨워서 한병 더 주문하신 다나 에스테이트 바소 까베르네 쇼비뇽(Dana Estate Vaso Cabernet Sauvignon) 입니다.


[와인서쳐 해평가 없음, 전 빈티지 해평가 104,605원]


이쯤되면 참가비의 본전은 한참전에 찾은 듯한 느낌입니다. 첫 향은 밀크 초콜릿의 느낌이 너무 강렬한데 호불호가 갈릴 듯했구요, 잠시 놓아두니 제비꽃 향, 그야말로 이건 제비꽃이지 싶은 향기가 올라옵니다. 검붉은 과실의 향기도 살짝살짝 보여주네요.


입에서는 텍스트북이랑도, 케이머스랑도 전혀 다른 뉘앙스입니다. 복합미라고 할까요. 타닌이 없는 게 아닌데 마치 없는 것처럼, 약간의 허브 느낌도 있고 초콜릿 느낌도 있고 미네랄리티도 있어서 서로 어우러드는 맛입니다. 굉장히 균형 잡힌 맛이 나면서 피니시 역시 편안하게 넘어갑니다. 이건 다음번에 한두번 더, 시간을 내서 마셔보고 싶었어요. 다나 에스테이트 역시 나파 밸리의, 세인트헬리나와 러더퍼드 사이에 있다고 하는데 다음번에 방문해보고 싶었습니다.



열한 번째 와인은... 인시그니아는 살 수 없지만 이건 마실 수 있다면서 추가 주문하신 조셉 펠프스 까베르네 쇼비뇽 2013 빈티지(Joseph Phelps Cabernet Sauvignon 2013) 입니다.


[와인서쳐 해평가 83,684원]


이쯤되니 많이 마셔서 그랬는지, 첫 향은 달큰달큰하니 쉽게 마실 듯한 향기가 납니다. 향만 맡아도 몸이 나른해지는 그런 류의 향기가 앞서 마신 케이머스, 바소, 조셉 펠프스 모두에게서 조금씩은 나는 듯했네요. 동시에 쌩쌩한 산미가 두드러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행히도 맛에 대한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걸 보면 다음번에 한번 더 마시라는 것 같습니다 ^^




열두 번째이자 이 날의 마지막 와인은 시음회 리스트에 들어 있었던 쥬스티노스 마데이라 파인 드라이(Justino`s Madeira Fine Dry) 입니다.


[와인서쳐 해평가 없음]


맥캘란 셰리오크와 파인오크의 맛을 더듬어볼 때 그 둘의 중간 같은 느낌이 납니다. 포트와인이어서 그렇겠지만 달큰하고 삼삼하니 맛나게 마셨었네요.



평일이라서 그런지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돌아왔어서, 다음 날 출근하기 전까지 그래도 7시간 가량을 잘 수 있었기에 다행이었습니다. 아울러 12종이나 마셨지만 7시 30분부터 12시까지 4시간 반 가량을 마셨었고 모두 비운 게 아니라 남긴 와인도 상당수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10명이서 쉐어했기 때문에 괜찮았던 게 아니었나 싶네요.


오래간만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