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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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는 네이버 영화입니다.]


내일부터 출근이라는 생각에 오늘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본래대로라면 아침부터 어제 약속했던 대로 사촌동생과 불암산에 오르기로 했으나, 아침공기가 은근히 맵찬 데다가 감기에 약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어 급히 취소했지요. 어려운 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위험할 일을 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방 청소를 한 다음 빌려온 프리미어와 애프터이펙트 책을 반납하고, 영화를 보고 시간이 나면 헌혈을 하자! 라고 마음먹었는데 오 맙소사. 예매권이 CGV 것이군요.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 미아점인데 누구와 함께 가는 것도 아니고, 영화 하나 보겠다고 거기까지 혼자 가야하나 하는 본질적인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시계는 째깍째깍. 그래 뭐가 되었건 일단 책이라도 반납하러 나가자! 라고 마음먹었을 때에는 어느 새 한시 반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잽싸게 노원정보도서관에 들러 책을 반납하고, 병원 관련 서적 3권을 빌려 챙긴 다음 무턱대고 헌혈을 하러 갔지요. 걸어가면서 딱 떠오른 게, 어차피 노원 헌혈의집에서는 롯데시네마 예매권을 주니까 그걸로 영화를 보면 되겠다! 라는 굿 아이디어. 그러나 세상은 역시 생각한 대로 그림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었으니.

절 반겨준 기념품 목록에는 무려 4GB짜리 USB가 그 굵직한 글씨체를 자랑하고 있었더랬던 겁니다. 아니 이럴수가. 그렇지 않아도 집에 있는 메모리 스틱이 1GB 1개랑 2GB 1개인데 그나마 후자는 인식도 잘 안되는 차에 이런 호재가 있나! 게다가 왜인지 오늘 굳이 영화를 안 봐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덤으로 제겐 예전에 받았던 예매권 중 두 장을 무려 3개월 동안 쓰지 못하고 간직했다가 학교 동문님들에게 나눠줬던 쓰린 기억도 있었고...참 고민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영화를 봐야겠다고 힘든 결정을 내리고 재빨리 영화관으로 이동. 건축학개론이란 영화는 첫사랑이 있는 사람이라면 감동감동 한다는데, 아니 아직까지 모태솔로이면서 당연히 딱히 첫사랑이라고 부를 만한 무언가도 없던 제게 그런 경험은 불가능. 덤으로 왜인지 저런 걸 혼자 보러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어요. 매표 직원분이 울어줄거같았으니까. 그래서 뭔가 액션스러워보이는 제목의 이 영화를 골랐답니다. 언터쳐블! 아무도 날 건들 수 없어! 그야말로 QUEEN의 Don`t Stop Me Now! 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했지만 이런. 버킷 리스트 같이 잔잔무비한 영화였을 줄이야. 하지만 동시에 많은 생각을 갖게 해주었어요.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 그리고 그러한 것을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본 적 없는 다른 사람. 초반부에 장엄한 분위기에서 면접이 진행되는 곳부터가, 취업준비생으로서 격하게 공감갔던 것입니다. 저러니까 떨어지겠구나. 저렇게 보이겠구나. 절절한 느낌이 왔어요. 아무리 떠들어도 핵심을 못 잡는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적당히 통쾌하고 적당히 웃겨주고, 너무나도 유리위의 행복같은 장면에 괜시리 안돼 안돼 더 이상 행복하면 감독이 불행한 씬을 준비했을거같아 하고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꼬옥 쥐게 만들었던 영화. 줄타기를 하면서도 한결같이 즐거운 미소를 띠게 만들었던 영화. 명대사 하나 기억하지 못하는 저질 머리를 달고 다니지만, 감독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지는 알 것만 같습니다. 우리는 다르지 않다는 것. 배려가 오히려 독 품은 칼이 될 수 있다는 것.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오히려 이 영화를, 지금 이 순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싶어지는 그것.

뜨거워진 가슴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 따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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