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nz의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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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술 마시고, 와인이건 무엇이건 술이 들어간 상황에서는 후기를 잘 남기지 않는데 (왜냐 하면 술이 그만큼 취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술을 그만큼 마시지도 않았고, 그럴 만큼 좋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후기를 남긴다.



본래의 시간인 6시에 늦었어서 (한강진역에 6시 12분에 내렸다) 부지런히 걸어가다가 촬영한 사진. 아래 아마도 TEL 00-0000-0000 이라고 적혀 있었을 듯한 번호의 격한 지워짐과, 그 옆에 간촐하고도 명민하게 인쇄된 NO PARKING Theory 의 대비됨에서 묘한 슬픔이 보였다고 하면 지나치려나. 왜 스트라디움의 붉은 글씨가 이다지도 초라하게, 그리고 소심하게 보이는지 모를 일이다.



오늘의 약속 장소인 스트라디움 4층으로 가는 길에서.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었다.


본래는 이 건물 자체가 스트라디움의 건물(지하 1층부터 4층 루프탑까지)이었다고 하는데, 소유주가 넘어가면서 변경되었다고 한다. 소유주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매장이 들어왔는지 들었지만... 한켠으로는 납득이 되면서, 다른 한켠으로는 아쉬웠다. 왜 밀렸을까? 왜 이기지 못했을까? 우리 나라의 문화예술적인 사조는 여기가 끝이 아닐진대, 결정권자가 누구일까 싶은 아쉬움...



오늘 모임의 첫 번째 와인. 크루제 블랑 드 블랑 (Cruset Blanc de Blancs)


참고로, 오늘은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와인의 칠링은 불가능했던 듯하다.


샴페인 잔에서 올라오는 첫 노즈는 쉐리 오크 위스키의 그것, 아울러 굉장히 비스킷스러운 크리스피한 느낌이었고 조금 뒤에는 바닐라 뉘앙스가 강렬하다. 오크 터치가 과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 이를 다스려 보고자 입에 넣어 가볍게 공기를 들이마시니 올라오는 느낌은 패션후르츠, 그리고 스페인 까바와 같은 버블감. 버블감에서는 굉장히 아쉬운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 와인은 샴페인 샤를 도테일(Champagne Charles Dauteuil). 굉장히 실키하고 유질감 넘치는 느낌. 폴 로저의 화이트 포일 (Pol Roger Pure Extra Brut) 이랑 유사할 정도의 유질감. 뒤이은 사과와 청포도의 강건함, 즉 산미의 구조감은 굉장히 튼튼했다. 이 정도라면 빈티지로 만들어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 다만 빈티지 샴페인으로 만든다고 하면 아직 거쳐야 할 고비가 많긴 하겠다. 산미감의 지속력이 굉장히 떨어지기 때문. 이걸 오래 붙들어매면서 과실감을 살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협찬으로 받은 앨버트 드 밀리 그랑 리저브 2004 빈티지(Albert de Milly Grande Reserve 2004)


협찬이었음에도 오늘 마신 샴페인 중 가장 맛있었음. 누룩향이 뿜뿜하고 (그래도 명색이 2004 빈티지다. 2020년 10월 3일인 오늘 시점을 생각해 보자) 오래된 뉘앙스를 풍기면서, 그 와중에도 1998 빈티지였다면 최고였겠다는 느낌을 줄 만큼 지속력도 있다. 물론 길어 봤자 1996년이고 그걸 지나면 꺾였을 거 같지만.


꼬수룸한 내음과 고소함이 적당히 어우러들면서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그 와중에도 아쉬운 것이 산도와 기포감이 떨어진다. 물론 이게 둘 다 갖춰지면 가격이 천정부지였겠지.


목넘김과, 기묘한 고소함에 당미는 이 샴페인의 지향점이 돔 페리뇽에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 비스킷, 버터의 느낌. 이게 조김 더 발전하면 돔 페리뇽 올빈에서의 모카번, 치즈번의 뉘앙스로 보여주리라. 지금의 상황은 적당한 파리바게뜨에서 만든 듯한 크루와상이라고나 할까. 물론 오늘의 샴페인 중에서는 가장 좋았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을 배경으로 사진. 칼 자이스의 렌즈 클리너를 새로 뜯어서 휴대폰의 카메라 렌즈를 닦은 뒤 찍었으니, 빛이 저리도 튀어나가는 것은 순전히 찍사의 탓이다. 여러분 여기 갤럭시 노트 10+(나름 준수한 휴대전화) 를 들고 이런 사진을 찍은 새럼이 있습니다. 오늘 와인을 즐긴 스트라디움의 분위기만 즐겨 주십시오,



그 와중에 굳이 한컷 더. 빛무리까지 지는 건 미스테리한데? 분명 렌즈 와이프로 잘 문질러 닦았는데 왜 이러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불편하시면 삼성전자랑 칼자이스에 항의하십시오 휴먼.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오늘의 베스트 샷.



거기에 한컷 더. 업장 안에 붉은 색 + 쨍글한 조명이 있으니 더 좋은 분위기이다. 사진 중앙 좌측의 난로 2개는 날씨가 조금 더 추워지면 오픈하실 듯.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오늘의 베스트 샷 22222222


갤럭시노트 10+가 모든 일을 다 했다. (참고로 폰 살때 아무런 혜택 없이 제값 주고 다 산 호구다.)


가장 마음에 드는 피사체를 고르라면 화면 중앙 하단의 목재 체어라고 하겠다. 뭉근한 느낌으로, 주변과 동떨어진 듯하면서, 자칫하면 사진 전체에 너무 과할 수 있었던 쨍글함을 은근하니 받아내 주면서 그 스스로의 존재감은 기묘할 정도로 묻혀가는 존재. 어찌 보면, 지금 내가 직장에서 하는 일 또한 이와 같은 역할이라서가 아닐까 싶다. 당당하고 웅장한 천정도 아니고, 찬연하니 빛나는 커튼도 아니고, 우측에 팬시하게 자리한 의자도 아닌 그것이라고나 할까.



2층부터 스트라디움 견학을 하기 전 촬영한 사진. 스테이지30 (아마 매주 금요일 하는 행사 이름일거다) 과 뜬금없는 옆의 소화전, 아래의 의자와 테이블이 어우러든다.



샘 토요사마 (이름에서 보면 누가 봐도 미국계 일본인이다)가 감수했다는 공간. 왜인지 모르게 건물의 모서리를 베이스로 하여 자궁을 모티프로 했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 와중에 한 쪽만 기울기를 다르게 한 걸 보면 그냥 필자의 상상이겠지 설마.



건물 3층과 이어지는 유리창을 찰칵.



아스텔 앤 컨의 스피커라고 한다..



2층의 전경. 좌측 공간은 아티스트들의 대기실로, 혹은 프라이빗한 관람장소로 쓰인다고 한다.



(중간에, 스트라디움 3층에서의 진짜 좋았던 음감시간이 있지만 지나가고) 오늘의 4번째 와인인 캐슬락 샤도네이 2018 빈티지 (Castle Rock Chardonnay 2018)


산도도 높았고 (약간의 과다한 칠링이지 않았나 싶다) 비오니에와 같은 제비꽃향, 각종 봄꽃향이 올라오는 품이 아주 좋았다. 그러면서도 억누를 수 없는 미국 특유의 꼬수룸한 내음이 치켜올라왔지만.


입에서 공기를 모아넣으니 기묘한 쓴내가 올라오는 것이 아직 시음적기에 한참 모자라다 싶었다. 최소한 3년은 더 걸릴 듯하겠다는 바투 쥔 아쉬움. 승마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음에도 이 느낌은 앞으로 잘 길들여지면 명마는 아니어도 준마는 되겠다 싶은 아쉬움이다. 버터리하고 프루티한 느낌이 공존한다는 건 와인메이커가 센트럴 코스트(Central Coast)의 이 포도를 가지고 만들고자 하는 지향점이 명확하다는 것을 보여 주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아쉬워진다. 카르네로스보다 남쪽이라고 한다면 아예 고소함을 무기로 해도 되었을 텐데 왜 산미를 주장하고 있을까? 이는 미국 레드와인들이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지향하는 것과 같은 궤를 탄 것일까?



오늘의 5번째 와인인 장 발몽 피노 누아 2018 빈티지 (Jean Balmont Pinot Noir 2018)


가벼운 산미, 그리고 굉장히 허브향에 가깝다. 허바시우스(herbaceous)하다고 할까. 블라인드로 마시면 가벼운 텍스쳐의 남미 말벡이라고 하겠다. 입에서는 굉장히 재미하고, 검붉은 과실감을 보여주는데 심지어 그마저도 묽은 편이다... 



마지막에 급히 받은 6번째 와인인 스미스 앤 후크 카비네 쇼비뇽 (Smith & Hook Cabenet Sauvignon)


밀크 초콜릿에 가까울 정도로 달았고, 2017년 미국 나파밸리에 가서 마셔 본 다른 와인들의 기억으로 볼 때 분명 여거 지역의 C/S를 블렌딩한 맛이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로코야 와이너리에서 보유한 4개 빈야드 (다이아몬드 마운틴, 마운트 비더, 호웰 마운틴, 스프링 마운틴) 에서 나온 C/S를 블렌딩하여 만드는 카디날레 와 굉장히 유사한 느낌이었다.



모임 마지막에 찰칵. 띠어리가 굉장히 어색하면서도 어울리는 기묘한 느낌이었다.